◎옴진리교사건 이후 변화/“反패권” 등 명분도 추상적미국 중서부의 한 작은 도시. 약 500여명의 주민들이 어느날 갑자기 감기증상으로 집단 발병, 병원에 입원한다. 의료진이 병명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이 환자들은 한 두명씩 죽어간다. 이같은 상황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자 연방정부가 긴급 구호에 나섰고 결국 테러범들이 탄저균을 대량 살포한 것으로 밝혀진다.
미국의 대(對)테러전문가들과 화생방무기 전문가들은 최근 워싱턴에서 모여 이같은 테러의 가능성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른바 「뉴 테러리즘」(New Terrorism)의 등장이다.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도 이같은 테러양상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다. 미국이 폭격한 수단 하르툼 근교의 공장은 테러단체가 인체에 치명적인 신경가스를 생산하는 곳으로 미 정보기관들은 추정하고 있다.
「뉴 테러리즘」은 95년 일본의 종교집단인 옴진리교가 도쿄(東京)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하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테러는 식민지세력의 잔재를 청산한다든가, 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한다든가 하는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테러를 정치적으로 이용,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아일랜드공화군(IRA)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새로운 테러」를 하는 집단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다. 미국에 대한 반감, 또는 「거대한 사탄」문화와 지역패권에 대한 반대 등 추상적인 이유를 내세워 테러를 감행한다. 종교적으로 광신적일 뿐만 아니라 극단적이다. 이들에게 희생자가 얼마나 날 것인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구성원들은 대부분 무정부주의자들이며 무자비한 극단론자들이다. 테러의 횟수는 91년을 고비로 줄고 있으나 테러 한 건당 사망자수는 거꾸로 늘고 있는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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