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불인정 발언후 타후보측 강력 반발/경선후유증 우려한나라당 총재경선에 나선 이회창(李會昌) 명예총재가 기존 계파의 이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구상을 밝혀 경선후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21일 부산 미래경영 연구소 주최 특강에서 『지금은 장수 한 사람이 우뚝 서서 참모들의 의견을 들어 당의 울타리를 지킬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며 『야당은 군웅할거나 봉건주의식 지도체제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계파간 나눠먹기식이 아닌 민주적 방식으로 당론을 정하고 강력한 지도력으로 이를 실현하겠다』며 당운영 방식의 일대 개혁을 시사했다. 이 말대로라면 이 명예총재의 당권장악시 이한동(李漢東), 김덕룡(金德龍) 전 부총재와 서청원(徐淸源) 전 사무총장 등 계파보스들의 입지와 영향력은 급격하게 축소될 것이고 이에대해 당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 당이 내홍(內訌)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이 명예총재측은 『이 명예총재가 구상중인 리더십은 3김의 1인 보스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무원칙성과 비효율 등 계파정치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선후 당의 통합에 대한 이 명예총재의 의지는 확고하다』는 말도 뒤따랐다. 실제 이 명예총재는 나머지 후보 3인의 발언권을 인정, 이들 대부분을 부총재로 지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反)이회창 후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리를 들러리로 세워놓고 혼자서 당을 좌지우지하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한 후보측은 『부총재를 단지 조언자에 불과한 「참모」로 표현한 것은 이 명예총재의 독단적 태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경선의 득표율에 따라 당직과 16대 총선의 공천권 등 실질적 권한과 지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집단지도체제의 형태로 당을 운영하자는 얘기다. 이 명예총재측의 포용제스처에도 불구, 간단치 않은 경선후유증이 예고되는 것은 이처럼 접점찾기가 불가능한 양측의 견해차이 때문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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