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합격점’ 개혁은 ‘글쎄요’/러 모라토리엄에도 경제 안정세 유지/개혁프로그램·주도세력 확보가 과제『당선이후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지만, 쉽게 효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8월13일 생환 25돌 신앙간증)
『국민은 나에게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하는지 좀 알았다』(8월15일 광복절 경축사, 19일 정계원로 오찬 인사말)
숨가빴던 지난 6개월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자신의 평가가 이 두 가지 언급에 요약돼 있다. 김대통령은 국가 파산의 문턱에서 취임한 뒤, 사실상 모든 역량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쏟았다. 김대통령은 동시에 『나라의 기틀을 다시 세우겠다』고 선언하며, 국정 전반의 적폐에 대수술을 가하는 집도의를 자임해왔다.
김대중정부는 결국 위기관리 정권이자, 총체적 개혁 정권이라는 두 가지의 과제를 함께 떠안고 출범했다고 할 수 있다.
임기 초반에 김대통령은 최대 경제위기를 수습, 위기관리자로서의 임무를 완수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취임 당시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는 16일 현재 410억달러에 달해 있다. 이에 힘입어, 환율과 금리는 최근의 러시아 모라토리엄 등 외부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지키고 있다. 짧은 재임 기간중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참가, 미국 국빈방문을 통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한 것은 위기를 넘기는 데 결정적 원인이 됐다. 위기관리자로서의 실적은 앞으로 개혁 추진의 기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혁가로서 김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아직 상당부분 유보된 상태다.
청와대측은 취임 6개월 자료를 통해 김대통령이 대화와 절차, 법과 제도를 중시하는 「뉴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체계화된 개혁 프로그램, 그리고 이를 추진할 주도세력 등 두가지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아 많은 개혁 과제가 미완인 상태로 남아 있다.
김대통령은 『지금은 졸속이 도리어 필요한 때』(빅딜관련, 6월16일 국무회의)라는 입장을 밝히는 때로 리더십을 강화할 뜻을 시사한 적이 있으나, 구체적인 결과가 따르지는 않았다. 결국 김대통령의 앞으로 과제는 국정 추진력을 담보할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는 데 모아져 있다. 제2의 건국운동을 제창하면서 제도권 밖의 시민단체를 개혁추진세력의 틀 속으로 담으려 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역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계 개편, 정치개혁도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넘을 수 밖에 없는 과정이라는 게 여권의 분위기다. 취임 6개월 이후 김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중심을 정치문제로 옮길 것으로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野서 본 6개월/지역·계층갈등 심화 ‘총체적 실패’ 규정/환란극복노력 인정… 정치지도력엔 실망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6개월 업적에 대해 『새로운 권력기반 다지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여야 강경대치 속에 지역주의와 계층간 갈등을 심화시켰다』면서 「총체적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김철(金哲) 대변인은 23일 성명을 내고 『현정권이 전정권에서 인계받은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 진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정치적 지도력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정권의 안보접근법과 인사정책은 국민의 통합을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김대통령 혼자만이 노심초사하고 있고, 나머지 정부조직은 눈치만 살피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더욱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지적하는 최대실패작은 헌법과 의회주의원칙을 무시하고 국회를 장기간 「뇌사상태」에 빠뜨린 정치의 실종. 사정과 정계개편설을 흘리면서 「야당파괴」에 집착하거나 과거들추기식의 경제청문회 추진방침도 「힘의 정치」에 익숙한 과거의 야당체질을 벗지 못했다고 폄하한다.
서상목(徐相穆) 이부영(李富榮) 의원 등은 『취임초부터 야당을 적대시하지 말고 대타협과 대화합의 정신으로 여야가 함께 난국을 타개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면서 『8·31전당대회이후 여야영수회담을 통해 여야가 국정을 함께 이끌어 가기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현정부의 개혁정책과 관련, 『구조조정의 순서나 절차, 원칙을 무시하는 바람에 사회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했다』(강현욱·姜賢旭 정책위의장)며 깎아내린다. 한편 국민신당은 정국진단 면에서는 한나라당과 맥을 같이 하지만, 비판의 강도는 다소 낮아 대조를 이뤘다.<김성호 기자>김성호>
□청와대·내각·여당 어떻게 해왔나
◎청와대/金 실장 중심 팀워크 제자리 잡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취임 6개월 동안 청와대 비서실은 한 번도 「작고 낮은 청와대」라는 기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청와대는 동시에 개혁의 최종수비수역을 맡았고, 김대통령과 국정 운영의 공과(功過)를 함께 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김대통령과 호흡의 일치, 그리고 내부의 물샐틈 없는 팀워크이다.
이같은 팀워크는 김중권(金重權) 비서실장의 장악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평가. 김실장은 여권 핵심가운데 김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인물로 자리를 굳히고 있으며,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5월 문희상(文喜相) 안기부기조실장과 임무 교대한 이강래(李康來) 정무수석은 국회의장 선거이후 업무에 자신감을 얻었으나, 당중진과의 관계설정이 아직 과제다. 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수석은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 당시 햇볕론 논쟁, 한러갈등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외교안보팀은 이전보다 팀워크가 굳어졌고 임수석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임도 여전하다.
강봉균(康奉均) 경제수석은 대기업간 사업교환(빅딜)을 넘어서,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성안, 추진중이며, 그와 임무를 맞바꾼 김태동(金泰東) 정책기획수석은 청남대 휴가에 동행, 김대통령의 신임을 재확인한 뒤 제2의 건국운동 추진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박지원(朴智元) 공보수석은 김대통령의 「입」이라는 역할을 넘어 국정 전분야를 보좌하는 최측근 참모역의 위상을 확보했다는 평가다.<유승우 기자>유승우>
◎내각/노동·외통·국방 상대적 낮은 점수
국민의 정부 6개월간 내각의 평점은 장관들의 인사, 정부자체의 기관평가등을 기초로 내려질 수 있다. 3월3일 출범한 내각은 4월27일 주양자(朱良子) 보건복지장관이 부동산투기의혹과 관련돼 경질되면서 인적 변화를 보였다.
이어 8월4일 한러 외교관 맞추방 사건 수습과정에서 박정수(朴定洙) 외교통상부장관이 교체됐다. 북한잠수정 침투사건과 북한공작원 변사체발견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허술한 군의 방비태세를 고리로 천용택(千容宅) 국방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이 나왔다.
부처업무를 평가한 국무조정실의 올 상반기 기관평가에서는 장관들의 업무추진실적이 공개됐다. 노동부등이 추진한 실업대책에는 8조4,615억원의 예산이 책정됐으나 정작 2조5,496억원(30.1%)만이 집행돼 비판을 받았다. 재정경제부는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장시간을 소비, 금융경색과 실물경제위축을 초래하고 퇴출기업 선정과정에서 일관성을 결여한 것으로 지적됐다.
외교안보분야에서는 중장기적인 통상외교전략 수립부재(외교통상부), 병무비리에 따른 국민신뢰실추와 민·관·군 통합방위태세미흡(국방부)등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밖에 지방행정계층 개혁지연(행정자치부) 사교육비 경감대책 실적미흡(교육부) 농수산물 산지유통개선대책미흡(농림부) 무역금융대출부진(산업자원부)등도 부진사례로 꼽혔다. 공직사회의 개혁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정규제 정비실적도 목표치의 16.2%에 머물렀다.<이영섭 기자>이영섭>
◎여당/인물난·2與 한계 개혁뒷받침 미흡
6개월간 국민의 정부 개혁작업에 대한 여당의 뒷받침은 제한적이었다. 우선 국민회의가 맨파워면에서 한계가 있었고 여당의 또 한축인 자민련은 이질성과 소외감으로 제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국민회의에서 개혁관련 작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인물들은 소수다. 조세형(趙世衡) 총재대행, 김영배(金令培) 부총재가 지휘탑격이고 정균환(鄭均桓) 사무총장, 한화갑(韓和甲) 원내총무, 김원길(金元吉) 정책위의장등 당 3역과 설훈(薛勳) 기조위원장이 일선지휘관역을 맡고 있다.
이들의 개혁포스트 역할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노력」과 「연구」만 있었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성과는 별로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대행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의 권한 보장을 받긴 했지만 당내 기반이 여전히 취약해 스스로 개혁의 추진력을 생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총장은 의욕도 크고 나름대로 계획도 갖고 있지만 동교동본류가 아니라는 역학적 한계에다 사무처 인력의 질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주무대인 한총무는 여소야대, 공동정부의 울타리를 넘지 못해 고전중이다. 경제관련 정부부처를 주로 상대하는 김의장은 자민련추천 장관들의 벽, 당내 전문인력의 부족 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개혁포스트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관계자들의 인식전환, 공동정부 조율 시스템 개선, 대내외 지지기반 확대, 질높은 인력 충원등의 과제를 풀어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신효섭 기자>신효섭>
◎취임 6개월 일지
2월
▲25일 15대 대통령 취임. 국회 총리임명동의 무산
▲27일 연쇄 여야 영수회담
▲28일 정부조직법 공포
3월
▲ 3일 조각 단행
▲11일 경제대책조정회의 개최
▲16일 각 부처 업무현황 보고 시작
▲23일 안기부 고위간부 인사
▲27일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 개최
▲30일∼4월5일까지 영국 런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첫 정상외교
4월
▲10일 감사원, 강경식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전청와대경제수석 검찰에 수사의뢰. 환란 검찰수사 본격 착수
▲20일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21일 한국노총과의 간담회
▲22일 민주노총과의 간담회
▲27일 정부 고위공무원 대상 특강
▲30일 주양자 보건복지부장관 경질, 김모임 신임장관 임명
5월
▲10일 취임후 첫 국민과의 TV대화
▲18일 문희상 정무수석등 청와대 수석비서관 일부 개편
6월
▲4일 지방선거
▲5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6∼14일 미국 방문
▲18일 55개 퇴출기업 명단 확정, 발표
▲22일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발생
▲29일 5개 퇴출은행 및 7개 조건부승인 은행 발표
7월
▲4일 전경련회장단과의 오찬 간담회. 러시아 조성우참사관 추방
▲12일 북한 무장간첩 시체 및 침투용 추진기 발견
▲21일 국회의원 재·보선
▲31일 전직 대통령부부 초청 청와대 만찬
8월
▲4일 박정수 외교통상장관 경질, 홍순영 후임장관 임명
▲15일 8·15기념경축사를 통해 제2 건국선언. 양심수등 대규모 특사
▲17일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
▲19일 정계원로 오찬, 여야 수뇌부 만찬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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