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외국인 “정치논리에 원칙 실종”/구조조정·외자유치 등 악영향 우려4개월여 동안 지리하게 끌어 온 현대자동차 사태가 23일 최대 쟁점인 정리해고 인원을 당초 1,500여명에서 277명으로 대폭 축소하는 선에서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와 외국투자가들은 우려와 함께 불만을 표시했다. 시민들 가운데는 300여명의 외국기자들이 특파돼 취재하는 등 전세계의 주목속에 일부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해결과정에서 정리해고의 취지가 무색해져 외국의 투자유치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협상타결 과정에서 여당 정치인들이 개입함으로써 법논리가 정치논리에 밀렸던 점 등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많은 국민들은 분규의 평화적인 타결에 안도하며 우리 경제회생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재계와 정부일각에서는 『법이 보장한 정리해고가 정치적 협상 대상이 돼 앞으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모 그룹 고위관계자는 『국민들의 합의에 따라 법제화한 정리해고를 처음 적용하는 시범케이스인 현대자동차 사태에 정치권까지 개입해 어정쩡한 타협으로 마무리됨으로써 나머지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걱정하고 『노동계에 「버티면 산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경우 함께 죽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김동기(金東基·경영) 교수도 『현대자동차 사태는 정리해고가 법제화한 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인데도 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해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 한국지점의 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사태의 진행과정은 외국투자자들에게 정리해고원칙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주었을 것이 틀림없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 사무국장은 『이번 현대자동차 분규타결은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문제를 공권력 개입 등 물리적 수단이 아닌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연세대 유석춘(柳錫春·사회) 교수는 『정리해고라는 우리 사회 노사관계의 최대 난제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순조롭게 풀려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선례』라고 말했다.
많은 국민들은 현대자동차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된데 대해 환영을 표시했다. 회사원 김동섭(金東燮·32·경기 고양시 화정동)씨는 『만약 공권력이 동원돼 농성노조원을 강제로 해산했다면 노사대립 격화는 물론 대외신인도 하락 등 엄청난 후유증이 남았을 것』이라며 『노사정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라고 환영했다.
울산 현지주민들도 이날 협상타결 소식에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으며 『극도로 위축된 지역경기가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울산=목상균·박천호·이태규 기자>울산=목상균·박천호·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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