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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KGB 간부 ‘러 외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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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KGB 간부 ‘러 외교 비판’

입력
1998.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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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러 스파이분쟁 북한이 어부지리”/“北에 우호적 외무부 너무 근시안적 행동.최덕근 영사 피살 북한이 저질렀다.脫北감시 경비犬지원 北 보신탕으로 ‘꿀꺽’”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모스코 타임스는 최근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전직간부인 콘스타닌 프레오브라젠스키 중령이 기고한 「모스크바에서의 한국전쟁」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중령은 이 기고문에서 한국과 북한에 대한 소련 외교·정보당국의 태도를 비교 분석했다. 모스코 타임스는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일간 영자지로 주로 러시아정세 및 외교문제를 보도해 외교가에서 영향력이 있는 신문이다. 기고문을 요약한다.

러시아와 한국의 스파이 전쟁에는 북한이 있다. 북한은 비밀리에 활동하면서 이 전쟁에서 가장 큰 수확을 올리고 있다.

이 전쟁은 최근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1년 반전에 이미 시작된 것이다. 최근 러시아에서 추방된 한국의 조성우 참사관의 사건은 두번째 사건일 뿐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의 최덕근 영사의 피살 사건이 시발점이었다. 최영사는 러시아·북한 관계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사건은 북한이 저지른 행위다. 그러나 막상 블라디보스토크의 기자들이 이사건과 관련하여 관할 경찰서를 접촉하면 냉대받기 일쑤이다.

본인이 70년 민스크 방첩학교에서 수학할 당시 북한의 대러시아 스파이 활동에 관한 질문을 할 때마다 교관들은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이같은 70년대의 대북관계가 오늘날까지 답습되고 있는 듯하다. 북한 스파이들은 러시아 하원의 공산당이 비호하는 이라크 이란 중국 쿠바 스파이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 자유롭게 스파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과 관련된 스파이 스캔들은 전무하며 오직 서방 세계 스파이들의 사건만이 적발되었을 뿐이다. 또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공식적인 북한 조직의 활동은 불법성이 다분하지만 이에 대한 러시아측의 이의 제기도 없었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은 라트비아에서 자행되는 인권 유린상황에 대해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으나 잘 알려진 북한의 인권 유린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성명도 발표한 적이 없다.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전직 위원들 대다수가 현재 외무부에 포진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젊은 러시아 외교관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공산주의보다 돈에 더 관심이 있다면, 구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은 아직도 공산주의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발발할 경우, 북한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조참사관 스파이 사건의 배후에는 FSB(연방보안국)보다 외무부가 개입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외무부의 도움으로 보수파(old­guard) 외교관들은 레닌사상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김정일(金正日)에게 점수를 따려 하는 것이다.

KGB의 제2국은 북한감시를 담당했으나 현재는 SVR(대외정보국)가 맡고 있다. KGB 2국은 사회주의 국가의 첩보기관과 협력해 왔다. 또 직접적인 협력활동도 해왔다. 예를 들어 80년대초 북한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을 당시 KGB 국경경비대가 북한 경비대에게 국경 수비용으로 혈통이 좋은 경비견을 여러마리 기증했으나 북한 경비대는 받기가 무섭게 이를 전부 보신탕으로 먹어치웠다.

러시아는 한국에 러시아 대사관이 없었을 때부터 항상 한국에 대한 감시활동을 해왔다. KGB에서 한국과 북한을 담당하는 부서가 나란히 위치해 있으며 동일한 직원이 근무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도 상황은 다를 바 없었다. 중앙위원회에서 한국과 북한 담당 관료들은 보통 한 방에서 근무했다. 담당 관료들은 『한국과 북한을 나누는 38선은 바로 우리 책상 경계선이다』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최근의 스파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너무나 근시안적이라는 점이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북한도 이 사건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력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대북 정치적 영향력을 제공해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없다.<이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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