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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 사태가 남길 선례(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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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 사태가 남길 선례(社說)

입력
1998.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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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대자동차 노사분규의 해결기준이 「법」이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노사간 갈등이 첨예할수록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법 이상으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자동차 사태의 타결과정을 지켜보면서 법의 준수와 적용이라는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또한 이번이 정리해고법 제정이후 대기업에서 시행하는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선례를 남겼는가에 대해서도 우려하게 된다.노사갈등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의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정리해고제는 임금이나 작업환경개선 등을 둘러싼 갈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리해고제는 IMF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노사정의 합의를 거쳐 법제화한 제도다.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외국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는데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분규의 장기화와 노조의 과격불법성으로 인해 공권력 투입이 거의 불가피한 지경에 이르렀다. 끝까지 공권력 투입이 자제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대신 정치논리가 개입된 것은 좋지 못한 선례가 될 것이다. 원칙이 모호한 정치권의 중재는 법의 준수와 정리해고제 적용이라는 기본을 흔들어 놓을 위험이 크다. 이번 사태의 바른 해결을 통해 정리해고제가 뿌리내리고, 폭력 등 불법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확고한 선례를 남겼어야 한다. 단호한 법 적용을 통해 외국 자본가들에게 한국은 투자할 만한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538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으나 노조의 반발과 정치권의 중재로 대상자를 6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회사측 간부 한 사람은 정치권이 중재하는 과정에서 『이 나라에 법이 있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의 노조원 이외에 중소기업의 근로자들, 예를 들면 2,900여개에 이르는 현대 협력업체의 근로자 중 상당수는 경제회생이라는 국가적 당위성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정리해고제를 수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에 노조가 어린 자녀들과 부녀자를 시위현장에 동원시킨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다는 상징성을 내세우려는 뜻이었겠지만, 시위현장은 어린이들에게 위험한 장소다. 자칫 사고라도 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분규가 장기화해서도 안되지만, 노사 간의 타협이나 법정신에 따르지 않고 정치권의 과잉개입으로 억지봉합하는 사례를 남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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