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노·사·정의 이해관계는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정치권은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4대 현안, 빅딜 은행합병 기아자동차매각 공기업민영화 등에 대해 중간점검해 본다.◎5대 그룹 빅딜/내달 10일 車 포함 일괄 발표/반도체 등 9개 업종 ‘협상끝’/삼성자동차 향방이 변수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 그룹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협상은 반환점을 돌아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달말까지 일주일간 자동차를 제외한 반도체 유화 등 9대 업종에 대한 빅딜 실무협상을 마무리하고, 기아자동차 입찰(9월1일) 결과에 따라 다음달 10일 자동차를 포함한 빅딜 합의안을 일괄발표키로 했기 때문이다.
빅딜 윤곽은 정부발주물량이 많은 철도차량 항공기제작사업 발전설비 등의 경우 단일법인이나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외자를 끌어들여 공동경영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유화는 여천 울산 서산 등 단지별로 지주회사를 만들어 공동경영하는 것을 집중협의하고 있다. 삼성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 서산단지에 함께 있는 삼성종합화학을 현대에 넘긴다는 카드를 제시중이다. 반도체는 현대 삼성 LG 등 3대 그룹의 사업고수입장이 워낙 강해 교통정리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눠 그룹별로 특화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하고 있다. 자동차는 삼성이 기아자동차의 새 주인이 될 땐 재계차원에서 자동차를 구조조정할 필요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 삼성자동차의 빅딜이 불가피해지면서 5대 그룹간 빅딜진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이의춘 기자>이의춘>
◎기아 국제입찰/4파전속 삼성·포드 유리/내달 1일 새주인 결정/자동차산업 새전기 기대
환난의 주요 원인중 하나였던 기아사태는 21일 국제입찰마감을 정점으로 해결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달말까지 전문 심사평가단의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다음달 1일이면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새주인이 결정된다.
기아인수전은 당초 의향서를 제출했던 세계 1위업체 GM이 막판 입찰을 포기함에 따라 현대 대우 삼성 포드의 4파전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입찰마감과 함께 기아 새 주인의 향배는 거의 결론난 것으로 보인다. 기아측이 낙찰자 선정이후 낙찰자가 탈락업체들과 컨소시엄을 재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힘에 따라 입찰이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합종연횡의 여지가 원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일단 포드와 삼성이 유리하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기아의 최대주주였던 포드는 외국자본유치와 고용안정이라는 명분과 국제컨소시엄 구성으로 만전을 기했고, 빅딜대상으로 압박을 받고있는 삼성 역시 컨소시엄구성과 최고수준의 응찰가로 맞서고 있다.
공급과잉과 내수부진 노사분규까지 겹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자동차산업은 기아사태 해결로 구조조정을 마무리,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이재열 기자>이재열>
◎은행합병 ‘유행’/부실채권 등 정부 지원 관건/금융당국 ‘합병드라이브’/시너지 효과 등 청사진 필요
상업 한일은행의 합병선언으로 은행 대형화의 물꼬는 터졌다.
이후 하나 보람은행간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여기에 하나은행과 뿌리를 함께하는 장기신용은행까지 합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외국합작은행이란 공통점을 지닌 외환은행과 한미은행, 소매금융에 특장을 가진 주택은행과 대형시중은행중 합병파트너를 잃은 조흥은행 등 여러 형태의 합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합병이 「유행」처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요모조모 따져 서로의 필요에 따라 합병을 하기 보다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합병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후 모습에 대한 청사진도 없이 정부도 은행도 합병 자체에만 도취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시장밖에 있는 금융당국의 「합병드라이브」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은행합병의 관건은 당사자가 아니라 정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현 합병정책이 부실채권매입출자 후순위채매입 등 정부지원을 「미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부재정이 넉넉해야만 은행합병이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부재정이 합병에 따른 지원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극히 불투명하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공기업 민영화/포철·한중 등 5곳 연내 매각/정부 올 1조2,000억 목표/현대·롯데 등 포철싸고 경쟁
두차례로 나누어 발표된 민영화 대상 공기업은 조속한 시일내에 민영화하는 38개사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28개 등 모두 66개다. 즉시 민영화대상 기업은 포철 한국중공업 한국종합화학 한국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 한국통신카드 한양공영 등이다.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는 주요 공기업은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한전 가스공사 노량진수산시장 주공 도공 등이다.
정부는 18일 주요부처 차관급을 중심으로 한 공기업 민영화 추진위원회를 열어 한국종합화학의 자회사인 남해화학을 농협에 3,000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다른 공기업들에 대한 구체적인 매각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포철 한중 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 한국종합화학 등 5개 공기업의 정부지분만큼은 연내에 반드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단계적 민영화대상인 한통과 담배인삼공사 등도 부분적으로 즉시 매각에 들어갈 수 있다. 공기업 매각을 통해 연내 1조2,000억원의 재정을 확충한다는 것이 정부계획이다.
이들 민영화대상 공기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높다. 포철 지분을 인수하려는 경쟁이 현대와 롯데 등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고, 한통과 담배인삼공사에 대한 지분인수전도 재계의 최대 현안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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