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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네트워크화/林玄鎭 서울대 교수·사회학(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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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네트워크화/林玄鎭 서울대 교수·사회학(한국시론)

입력
1998.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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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민운동 주도땐 시민단체 순수성 훼손 동반자적 자세로 협력해야”우리 속담에 며느리 늙어 시어미 된다는 말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제창한 「제2건국」선언을 정부 주도의 시민운동으로 추진하겠다는 현 정권의 발상에서 이 옛말이 떠오른다. 더욱이 새마을운동본부를 국민운동 네트워크의 중심단체로 활용하려는 의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선 제2건국을 국정의 최고 이념으로 삼기에는 실체가 모호하다. 역사란 단절과 계승을 통해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 갑자기 하루아침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전 문민정부가 외친 「신한국」에 식상한 국민들에게 그와 비슷한 논거의 제2건국이 과연 개혁철학의 원칙으로 참신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런지 회의적이다. IMF체제라는 국난을 맞이하여 범국민적 계도를 위한 정치구호로서 제2건국이란 수사는 가능하다. 그러나 수사는 어디까지나 수사일 뿐이다. 이는 제3, 혹은 제4의 건국이란 표현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에서 쉽게 짐작된다.

보다 우려되는 사실은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제2건국 국민운동 네트워크」를 추진하려는 데 있다. 만일 그러한 네트워크가 구성되면 그나마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 꾸준히 성장해 온 개혁지향 시민사회단체의 독자성과 정체성은 크게 훼손된다. 이는 또한 권위주의 시절부터 관변과 순수로 나뉘어 진 기존의 시민사회의 조직구조를 더욱 양분시킬 것이 뻔하다.

시민사회단체의 생명력은 비정부, 비영리, 비정파로부터 나온다. 이것이 시민사회의 사회운동을 정당정치와 이익정치와는 전혀 다른 힘을 갖게 하는 배경이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시민사회단체를 국가와 시장을 넘어 활동하는 제3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것도 「공공선」을 최우선적으로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반세기의 연륜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이유는 국민과 정부를 이어주는 허리로서 시민사회단체의 뿌리가 깊지 못한 데 있다. 국민의 대표성과 정부의 책임성이라는 두가지 이상이 따로 놀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의 경우 시민사회단체는 그 동안의 숫적 증가에 비해 하부구조가 취약하다. 지식인 선도아래 중산층에 기반한 시민사회의 사회운동은 법과 제도의 제약속에서 자율적인 역량을 키우기에는 아직도 조직의 기반과 재정의 확보면에서 갈길이 멀다. 그러기에 그동안 시민사회단체가 보인 국민의식개혁 추진, 민중의 권익보호, 합리적 정책대안 제시는 상찬받아 마땅하다.

구조개혁과 의식혁파의 성사를 위해서 정부는 동반자적 자세에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협력을 구해야 한다. 그 방식은 개혁정책의 수립과정에서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집합적 의사를 반영시킬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최대 약점인 소수 엘리트 중심의 정책입안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부의 이해갈등을 사전에 해소하여 주는 국민동참의 협의정치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도 개혁정책의 도출을 위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각종 이익집단, 직능단체, 민중조직, 시민단체들 사이의 연대활동은 정책현안에 대한 정보교환과 자원동원을 효과적으로 도와줌으로써 정부와의 정책대결과 대안제시의 바탕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 시민사회단체를 위로부터 동원할 생각을 버리고 아래로부터 성장할 수 있는 기초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회원들에게 세제상의 혜택을 주거나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사회사상가 토끄빌은 자발적 결사체로서 시민사회단체를 민주주의의 주요 매체로 간파했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사회단체가 풀뿌리 수준에서 활발하게 움직일 때 민주주의는 자연스럽게 성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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