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대출 100만명,상환 독촉에 ‘비명’/재정보증인 못구해 입사도 취소될판보증(保證)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신용사회 분위기가 급격히 붕괴되면서 보증기피 현상이 만연한데다 적자폭이 늘어난 보증보험회사들의 보증기능마저 거의 마비, 보증기근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서민들은 보증인이 없어 대출을 받거나 취업을 하는데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기존의 보증보험으로 소액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기 상환요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파트 전세자금에 보태기 위해 보증보험증권을 담보로 A보험사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은 회사원 정모(32)씨는 하루에도 수 차례 보험사의 원리금 상환독촉 전화를 받고 있다. 정씨는 『올들어 급여마저 삭감돼 인상된 이자 갚기도 힘겨운데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으라니 한숨만 나온다』며 『부동산 등 담보물도 없어 당장 거리에 나앉을 형편』이라고 말했다.
보증보험으로 1,000만∼3,000만원의 소액 대출을 받은 사람은 7월말 현재 100여만명으로 보증잔액은 10조여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할부구입 등 각종 금융거래에서 보증보험을 활용한 고객까지 합치면 260여만명(보증잔액 23조여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모(28)씨는 최근 대학졸업 1년6개월만에 가까스로 C사에 합격했지만 재정보증인 2명을 구하지 못해 직장을 잃을 뻔했다. 예전같으면 신원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었는데 이달부터 보증보험증권이 예금자보호대상에서 제외돼 이마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친척중 재산세 5만원 이상을 납부하는 사람이 없어 보증인을 구하느라 사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며 『고교은사가 보증을 서 줘 겨우 취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보증보험사의 신원보증을 이용한 사람은 600여만명(보증잔액 20조여원). 보증보험을 이용한 사람들은 대한·한국 등 2개 보증보험사가 청산되는 등의 상황이 일어날 경우 어떤 사태가 올지에 대해서도 불안해하고 있다.
자금경색과 사회전반에 걸친 불신풍조로 가까운 친구는 물론 가족간에도 보증을 기피하는 「보증 알레르기」 현상도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신모(35)씨는 『1,000만원 카드 론(loan)에 필요한 보증인을 구할수 없어 고리의 사채를 얻을 수 밖에 없었다』며 『보증을 섰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많아 보증 서 달라는 말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 나동민(羅東敏) 박사는 『경기침체, 보증보험사 부실 등으로 경제전반에 걸쳐 보증기능이 극도로 위축돼 있다』며 『정부는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기업 및 개인의 보증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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