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민회의 박광태(朴光泰)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과 회의를 마친뒤 『한남투자신탁 계좌를 다른 투신사로 이관한뒤 중도환매를 하지 않는 고객들에게 원금을 보장해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식을 같이했다」던 금융감독위원회의 대변인은 같은날 투신상품은 원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남투신 계좌를 이관해야 할」투신사들 역시 『우린 모르는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목을 매고 있던 고객들의 혼란만 가중된 것은 불문가지.1차로 한남투신 환매사태가 일어났던 5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전남도지사와 광주시장은 「한남투자신탁의 미래는 밝습니다」라는 제목의 신문광고를 내고 인출자제를 호소했다. 한남 고객들은 『그때는 자기들이 다 책임질 것처럼 해놓고 이제와서 나몰라라 하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지역경제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도지사와 시장이 한남투신 사장, 대주주인 거평그룹 회장과 이름을 나란히 걸고 광고를 냈던 사실은 사태해결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걸림돌」은 정치권이나 관료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원금보장방안이 거론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호남지역에 근거를 둔 기업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흘러나온다. 거꾸로 한남 고객들로부터는 『원금만 보장하다니, 이 정권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느냐』는 「역차별 피해의식」이 들려온다. 은행퇴출때도 경험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지역논리」는 이제 사라질때가 됐을법한데도 끈질기게 남아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문제의 본질을 좇아 한길로 똑바로 밀어붙이기에도 버거운 과제다. 반(反)경제적 사고와 행동때문에 곁길로 빠져나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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