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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동 파이낸스센터 ‘기구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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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동 파이낸스센터 ‘기구한 운명’

입력
1998.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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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완공하자… IMF 된서리/‘동화銀 입주’ 퇴출로 무산되자/“빈 빌딩 영업 안된다” 줄줄이 해약/외국에 4,000억∼5,000억원 급매물/계열사 동화면세점에까지 ‘불똥’올해 6월 서울 무교동에 세워진 초대형 빌딩인 서울 파이낸스센터가 임대 한 번 못해 보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이 돼 외국에 팔려나간다. 우여곡절 끝에 14년만에 완공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데다 금융구조조정으로 동화은행등이 퇴출하면서 입주 포기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파이낸스센터의 분양·임대로 들어올 자금만 바라보고 있던 계열 동화면세점 동화투자개발도 경영에 타격을 입고 함께 워크아웃 대상이 됐다. 빌딩을 시공한 태흥건설은 19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파이낸스센터를 소유한 유진관광등 이 회사들은 모두 동화그룹 계열. 동화그룹은 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 회장의 막내 매제인 김기병(金基炳)씨가 회장으로 유통 건설 무역 학교법인등 12개 회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이다. 주력 업체인 동화면세점은 김회장의 부인인 신정희(辛貞姬)씨가 대표로 있다.

서울 무교동 오피스가에 지상 30층, 연건평 3만평 규모로 세워진 파이낸스센터는 처음부터 사무용 빌딩으로 지어진 것은 아니었다. 84년 재일교포 사업가가 서울시로부터 재개발사업 인가를 받아 엠파이어관광호텔을 헐어 특급호텔을 짓자고 올리기 시작한 건물이다. 하지만 재개발 허가를 둘러싸고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90년 지하주차장 불법 증축과정에서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이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파이낸스센터 건립이 추진된 것은 93년 동화그룹계열인 롯데관광이 유진관광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동화그룹은 사무용 빌딩으로 용도를 바꾸고 당시 25층까지 올라간 골조를 모두 철거, 파이낸스센터를 새로 건축했다.

파이낸스센터는 사실 최근까지도 분양·임대 계획이 순조로웠다. 동화은행이 본점을 옮겨 오고 조흥은행도 지점을 개설키로 하는등 1∼5층의 임대가 올해 초 확정됐다. 홍콩 미국 영국 네덜란드의 5∼6개 유명은행들, 맥킨지등 컨설팅 회사, 외국 대사관들도 1개층에서 3개층까지 사들이겠다고 잇따라 나섰다.

하지만 동화은행이 6월말에 퇴출은행으로 결정되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동화은행은 7월초 본점을 옮겨 이 빌딩 5개층 정도를 사용할 계획으로 보증금 480억원 가운데 405억원까지 내고 인테리어까지 마친 상태였다. 퇴출과 함께 동화은행 입주가 무산되자 빌딩에 들어오려던 외국 회사들이 『텅 빈 빌딩에 들어가서 영업을 할 수는 없다』며 입주 계획을 없던 일로 해 버렸다. 파이낸스센터는 예정대로라면 현재 빌딩의 60%정도는 입주가 마무리됐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매머드 공실(空室)」이다.

파이낸스센터 관계자는 『주변 빌딩에 비해 임대료를 낮춰도 들어오겠다는 회사가 없다』며 『빌딩 임대 자금을 이용하려던 동화면세점까지 타격을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빌딩은 4,000억∼5,000억원 정도의 값으로 외국계 펀드등 해외에서 사갈 사람을 찾고 있는 상태다. 동화그룹 관계자는 『빌딩을 팔아 들어오는 자금으로 차입금 3,000억원 가량을 갚고 다른 계열사들의 경영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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