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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의 하루/신효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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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의 하루/신효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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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국회의 한 상임위원회. 개회 예정시각인 오전 10시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한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모정당 원내행정실 직원과 전화통화를 갖고 있었다. 그의 얘기. 『○○○의원이 우리 상위 맞습니까. 그 의원님 명패는 지금 다른 상임위에 가 있던데요』. 전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상대의 답변. 『그게 좀 사정이 있어서…. 곧 조정될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비슷한 시각 의사당 1층 한 정당 원내행정실의 프린터에서는 「1998년 8월20일 10:20분 현재」라고 찍혀진 「상임위원회 위원 명단」이 인쇄돼 나오고 있었다. 이를 받아든 한 직원은 바삐 자기 책상으로 달려가 방금 상임위가 바뀐 의원 이름 아래에 줄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책상 서류철을 들쳐보니 같은 이름의 서류들이 「18일 14:30분 현재」 「19일 15:10분 현재」 「19일 22:40분 현재」등의 시간별로 여러 장 보관돼 있었다. 같은 사무실내 다른 직원이 씁쓸한 표정으로 하는 말. 『우리가 처음 만든 대로만 갔어도 문제는 없었을 텐데…. 어떤 의원님은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는 총무가 돼 주기 바랍니다」라는 사신을 총무님한테 써서 보냈다고 하데요』

잠시후 운영위 소회의실. 이번 임시국회 폐회 직후 국회를 다시 여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3당 수석부총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날 아침 『민생현안을 충실히 심의하기 위해 국회를 즉각 재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저녁 늦게까지도 건교위원 몫을 양보하지 않아 대부분 상임위를 공전케 만든 정당측 참석자의 얼굴은 태연했다. 이에 대해 『범법자 의원의 보호책』이라고 펄펄 뛰며 반대하다 돌연 입장을 바꾼 상대당 대표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당사자들은 덤덤한데 옆에서 지켜보는 제3자들이 오히려 얼굴을 붉혀야 하는 현실. 『한국 국회, 국회의원들이니까…』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1998년 8월20일 대한민국 국회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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