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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준비 잘 돼가나(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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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준비 잘 돼가나(社說)

입력
1998.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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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까지 이제 500일도 남지 않았다. 어제(19일)가 21세기까지 500일이 남은 날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를 맞는 개인과 사회, 국가에 합당한 가치관과 모럴, 이상(理想)을 모색하는 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선언적 말의 성찬만 있을 뿐, 구체적 철학이나 정책이 제시되고 또 공론화를 통해 확산되거나 수렴·집약되는 절차가 지지부진하다.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새로운 세기에 맞는 사회적·국가적 비전을 세우고 국가 재창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는 21세기를 1,000일 남기고 밀레니엄 사업에 겨우 착수했으나 지금의 준비상황을 보면 지난 500일도 허송세월한 느낌이다. 김영삼정부때 구성된 「문화비전 2000 위원회」를 지난 5월 「문화비전 2000 추진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했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 500일도 못남은 기일 안에 충실한 기념사업과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추진위원회가 구상 중인 기념사업과 정책은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개념과 비전 아래 새로운 문화의 패러다임을 세우고, 창조적 인간을 위한 문화교육을 하며, 문화창작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의 문화화에 힘쓰고,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문화를 확립하며, 한국문화가 세계문화의 중심에 자리잡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기념사업으로 여러가지 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문화라는 개념은 여러 분야에 폭넓게 쓰일 수 있는데, 우리의 기념사업이나 정책도 시야를 넓혀 21세기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한다. 미국 「밀레니엄 회의」는 미국의 선조 및 유산보호 프로그램, 화성탐사와 과학 2000년 사업 등 보다 넓은 차원에서 2000년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환경보존을 중시하는 의미에서 높이 200m의 목제 에펠탑을 세우고, 독일은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환도하여 국가의 기상을 높인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새로운 세기를 맞는 우리의 준비는 결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시간에 쫓기다보면 아이디어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고, 나열식 행사들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속도를 높여서 21세기에 걸맞은 기념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비록 지금 IMF체제로 경제난을 겪고 있을지라도 그 준비를 허술히 할 수는 없다. 충실하고 원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하여 2000년 아침 온 국민이 벅찬 감격으로 되새길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새 시대의 주민으로서 자세를 가다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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