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악습이 되살아나고 있다. 18일 각당별로 16개 상임위 위원을 확정 발표한 내용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상임위 위원배정에서 1차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은 전문성이다. 또한 의원과 이해관계가 있는 유관상위 배치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각당의 상임위 배정결과를 보면 유감스럽게도 이런 원칙과 기준이 무시돼 있다. 철저한 자당 편의주의적 배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돼 있다. 거의 반년만에 국회가 정상화했다고 반겼던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한나라당은 (주)기산사장 재직시절 횡령및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처리가 임박한 이신행의원을 법사위에 배정하고 있다. 또 선거법위반 혐의로 재판계류중인 홍준표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했다. 여당인 국민회의도 마찬가지다. 선거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계류중인 이기문 의원을 역시 법사위에 배치했다.
비록 선거법위반 혐의를 받고있지만 두 의원은 그래도 변호사출신이라 전문성을 고려했다는 변명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신행 의원의 경우는 어이가 없다. 특히 이의원은 구속을 피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그간 몇차례 임시국회를 일방소집, 공전사태를 빚게 한 장본인이다. 법사위에 그를 배치한 것은 검찰이나 법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오해를 받아도 할말이 없게 됐다.
국회의 도덕불감증 사례는 또 있다. 지난 91년 수서비리 사건때 뇌물수수 혐의등으로 구속기소돼 실형까지 살았던 오용운 김동주(이상 자민련) 의원이 당시 물의를 일으켰던 건설교통위에 또 배정됐다. 교육위에는 소위 「학교재벌」들이 줄줄이 모여있고, 보건복지위에는 약품회사 대표출신과 병원을 직접 경영하는 의원이 들어가 있다.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상위에 배정된 의원들이 공익에 앞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데 관심을 갖게 될 우려가 높다는 점은 과거의 경험이 잘 말해 준다.
국회는 상임위배정을 다시 해야 한다. 문제가 된 의원들을 재배치하여 부작용이 일어날 소지를 없애야 한다. 그것은 국회가 해야 할 자정(自淨)노력의 중요한 부분이자, 또 입법부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식이다. 국민의 지탄속에 겨우 새출발한 국회가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다시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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