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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벤처기업인상’ 델타콤 한강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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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벤처기업인상’ 델타콤 한강춘 사장

입력
1998.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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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창업 2년만에 매출 600억/서울대합격 기쁨도 잠시.유신반대 데모로 제적.선반공으로 사회 첫발/빚 얻어 시작한 삐삐사업.디자인으로 승부.국내시장 75% 장악운동권 학생이 연간 매출액 600억원대의 중견기업인으로 올라섰다.

한국일보사 서울경제신문사 중소기업청이 공동주최하는 「이달의 벤처기업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춘(韓江春·40) (주)델타콤 사장은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한사장의 학력은 대학중퇴. 서울대 기계공학과 3학년 재학중 유신반대 데모를 주도하다가 제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겪어온 고난의 골짜기가 깊었던 만큼이나 이제 그에게는 밝은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

96년 4월 델타콤을 창업해 그해 1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 297억원의 매출액에 21억원의 세후 순이익을 올렸고 올해는 수출 1,500만달러를 포함해 63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최근들어 국내 무선호출기(삐삐) 시장의 75%를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비결은 끊임없는 개발과 아이디어로 디자인이 뛰어난 초소형 고감도 삐삐를 만들어낸데 있다.

특히 중국, 미국등지로부터 대규모 수출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내년에는 가뿐히 매출액 1,000억원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최근 홍콩 샤프사와 이달부터 내년말까지 8,000만달러어치의 삐삐를 공급키로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미국과도 6,000만달러 공급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로서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 40년만에 처음으로 대운(大運)이 찾아온 셈이다.

96년 5월 한사장은 광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장밖 빗줄기를 바라보는 한사장의 뇌리에는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받고 광운공고에 진학했다가 서울대 공대에 합격했을 때의 기쁨, 기계공학과 2학년때 합격한 기술고시, 그러나 유신반대 데모를 주동하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안전기획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고 결국 학교에서 제적당해 군대로 끌려간 일, 대학졸업장이 없어 고졸 학력으로 동양정밀에 선반공으로 취업했던 쓰라린 기억, 삐삐생산업체에 기술이사로 근무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연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1개월전 5,000만원의 빚을 얻어 회사를 차리고 종업원 2명과 초소형 고감도 삐삐를 개발했지만 문제는 사업화 자금이었다. 초기 제품생산비와 장비구입비로 3억원의 자금이 필요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고작 18만원 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삐삐를 대량구매하는 광주이동통신에서 자금을 구해와야만 했다.

광주이동통신에서 그를 만나주는 사람은 없었다. 돈이 떨어져 공원에서 노숙을 하며 열흘이상을 매달린 결과 마침내 광주이동통신 사장은 『그런 열정이면 된다』며 3억원을 지원해주었다.

한사장은 이 자금을 들고 96년 8월 삐삐 200대를 광주이통에 납품했다. 제품은 그날로 동이 났다. 광주이통은 한사장에게 1억원을 더 주면서 『물건만 빨리 만들어오라』고 재촉했다. 판매량이 9월에는 1만대, 11월에는 2만대를 돌파했다. 한사장은 전체 종업원의 절반을 연구직으로 채우고 신제품 개발을 계속해 97년 2월에는 급기야 월 10만대 생산을 넘어섰다.

한사장은 경기 부천시에 자가공장을 마련하고 하루 20시간 작업에 돌입했다. 40년 한을 접고 대도약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앞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유럽형 휴대폰인 GSM등 첨단 이동통신기기의 개발에 나서 세계적인 정보통신 전문기업으로 올라서겠다』 한사장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한국의 전문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최원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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