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동네 공터에 농수축산물 직거래장터가 생겨 싼 값에 싱싱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완도산 1㎏짜리 양식광어 한 마리를 회 쳐주고, 상추 마늘 풋고추 초고추장 겨자분말까지 얹어 1만원을 받는다. 동해에서 수조에 넣어 싣고온 산 오징어 5마리도 같은 값이다. 채소 과일 육류도 슈퍼마켓보다 훨씬 싸다. 농수축협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마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물난리가 전국을 휩쓸면서 야채값이 엄청나게 치솟았다. 이달초에 비해 배 이상 오른 것이 많은데, 특히 배추값이 크게 올라 김치가 다시 「금치」가 됐다. 한 포기에 100원도 못받을만큼 값이 폭락하여 농민들이 배추밭을 갈아엎어 버린 것이 불과 20여일 전이다. 정부나 농협이 배추를 사들여 보관했다가 지금쯤 출하하면 농민도 소비자도 이득일텐데 왜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는 입버릇처럼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상인을 없앰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해왔다. 근대적인 농수축산물 유통기관이 필요하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웬만한 도시마다 도매시장을 만들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농업발전위원회라는 기구도 있었고, 농수산물가격 안정자금, 농산물유통 발전기금, 농촌 발전기금 등 이름도 복잡한 여러가지 기금도 운용되고 있다.
■그런 기금들은 다 어디 가고 공급이 넘칠 때 비축했다가 달릴 때 푸는 가격조절기능이 이 지경인지 모르겠다. 큰 돈 들일 것 없이 생산지에 창고를 짓고 과잉생산된 채소를 수매하는 제도만 있어도 이런 파동은 없을 것이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농어민과 중개인 도매인들에게서 수수료를 받아 많은 직원을 먹여살리느라 되레 값을 올린다는 원성까지 있다. 차라리 상설 직거래시장으로 바꿔야한다는 소리가 호소력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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