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전천후 비밀병기 컴퓨터그래픽 갈수록 첨단화/선거프로는 이미 고전 앉아서 금강산 절경에 흠뻑/홍길동 조화에 아찔아찔 시간 들일수록 꿈이 현실로올 하반기 53년만에 금강산 뱃길이 다시 열리기에 앞서 소설가 고원정씨가 육로로 금강산 답사에 나섰다. 고씨는 광복 전 운행했던 기차를 타고 내금강역에서 내려 장안사부터 만물상까지 둘러보면서 금강산의 절경에 흠뻑 취했다. 안개로 싸인 골짜기를 헤쳐나오자 동해의 쪽빛 바닷물이 손짓한다.
고원정씨의 금강산 여행은 가상현실이다. 23일 KBS1이 특별기획으로 방영할 「금강산」에서 고씨는 이처럼 가상현실을 체험한다. 이 프로에서는 군사보호지역으로 북한주민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내금강의 모습과 지금은 없어진 사찰 신계사도 소개된다. 컴퓨터그래픽(CG)덕분이다. CG가 영화에서만 활용되는 줄 알고 있다면 큰 오산. CG는 이제 TV의 비밀병기로 온갖 마술을 연출한다. CG가 만들어내는 특수영상이 프로그램에 감동과 현실성을 더해주는 것이다.
KBS1의 「일요스페셜」은 이미 96년 5개월 작업끝에 주춧돌만 남은 경주 황룡사를 재현, CG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고 공룡을 되살리는(「한반도 탄생 30억년의 비밀」) 등 버추얼다큐로 눈길을 끌었다.
SBS 드라마 「홍길동」으로 눈을 돌려보자. 자객의 침입을 눈치챈 길동은 조화를 부려 방안을 숲으로 변하게 해 화를 피한다. 이 장면 역시 CG의 기술을 빌린 것. MBC는 드라마 「맨발로 뛰어라」의 타이틀에서 등장인물을 두더지잡기오락의 두더지로 둔갑시켜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선거방송은 CG기술의 경연장. 입체화면을 준비한 뒤 진행자가 가상스튜디오(실제는 푸른색 크로마키판)에 서면 마치 막대그래프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CG영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금강산」의 경우 산은 길이 15.2m 폭 6.5m의 미니어처를 제작해 촬영했다. 미니어처 사방에 크로마키벽을 세우고 로봇카메라로 불리는 모션컨트롤카메라로 촬영하는 데만 1주일. 여기에 물결치고 구름이 흐르는 합성이 보태진다. 물결 구름쯤은 자료데이터에서 꺼내 붙이기만 하면 되지만 진행자 고원정씨가 딛고 선 바위는 북한산에서 찍어왔다.
없어진 절을 복원하려면 설계도가 필요하다. 원통 가운데를 마우스로 잡아늘려 배흘림 기둥을 만들고 납작한 직육면체를 굽혀 기와를 만드는 등 많은 손길을 거친다. 이렇게 형체를 만들고(모델링)나서 색칠과 단청을 하고(매핑) 조명을 지정한다. 그리고 3D컴퓨터그래픽시스템에 카메라 위치만 정해주면 건물 옆 뒤 위 안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CG는 기술발전의 결실이지만 결국 시간싸움이다. 수많은 기둥 계단 난간 기와로 이루어진 건물, 산과 구름 흐르는 하늘은 손을 많이 댈수록 생동감이 넘친다. 이렇게 데이터용량이 큰 화면 1장을 컴퓨터에 띄우는 데 1시간이 걸리기도 하는데 TV에 방영될 때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 화면이 초당 30장이나 필요하다. 공룡처럼 섬세하고 복잡한 근육움직임을 복원하는 작업은 더 까다롭다. KBS 특수영상제작실 홍보선팀장은 『특수영상 덕분에 PD의 제작영역이 무한히 넓어지고 있다』며 『인력이 전문화하면 발전할 여지는 더욱 많다』고 말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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