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통령 “與野 차별 사라질것”/李 대행에 “잘해봅시다” 우호 메시지/90여분간 분위기 좋아 ‘진한 농담’도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9일 저녁 여야 지도부, 전·현직 국회의장단등을 부부동반으로 초청, 청와대에서 가진 만찬은 시종 덕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1시간30여분동안 진행됐다. 김대통령등 참석자들은 만찬후 한결같이 『참으로 많이 웃었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으며, 공개하기 곤란한 「진한 농담」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제2의 건국을 해야 하는 데 국민이 정치에 대해 매우 걱정이 크다』며 정치개혁을 화두로 올린 뒤 『다시는 야당이 권력 앞에서 고통을 받거나, 여당이 권력을 악용해 이득을 보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또 『대통령으로서 결단코 말하건데,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 정치적으로 여야차별을 하는 부당한 일은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결심한다』며 야당에 우호적 메시지도 던졌다.
이어 김대통령은 『부부가 공석상에 함께 나가는 풍토를 만들고, 고생을 같이했으면 낙도 같이하기 위해 부부를 초대했다』고 사교적 분위기를 유도했는데 박준규(朴浚圭) 국회의장과 김수한(金守漢) 전 의장, 이만섭(李萬燮) 국민신당 총재가 조크할 때마다 폭소가 터져나왔다는 후문이다. 헤드테이블에는 이들외에 김종필(金鍾泌) 총리, 박태준(朴泰俊) 자민련총재, 조세형(趙世衡) 국민회의총재대행 내외와 이기택(李基澤) 한나라당총재대행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이만섭 총재는 『6대국회 때 사카린 밀수사건이 났는데 당시 김대통령이 이를 질타하는 명연설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상임위에서 나도 그 연설을 따라했다가 흉내낸다고 욕먹고 다음 선거에서 크게 고생했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이에 김대통령이 김전의장에게 『장택상씨 흉내를 한번 내보시죠』라고 권유, 김전의장이 구수한 입담으로 역대 정치지도자들의 연설을 흉내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또 김대통령은 김총리와 이기택 총재대행을 의식, 『총리임명동의 절차도 마무리되고 의장도 선출됐으며 이대행도 한나라당을 맡는등 최근 경사가 겹쳤으니 이를 계기로 여야가 협력해서 잘해보자』고 말했다. 이에 김총리가 『총리인준 후 그토록 나를 냉대하던 한나라당에 인사갔더니 잘대해 주더라』고 말해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고 이대행이 전했다. 이어 신상우(辛相佑) 부의장은 『여러차례 대통령 주재모임에 참석했지만 오늘처럼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좌중을 이끄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인사를 건넸으며 이후 『이전에는 정치투쟁을 하면서도 인간관계는 좋았다』 『어려웠지만 그땐 낭만이 있었다』는 얘기들도 자연스레 나왔다는 전언이다.
한편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만찬후 『별도로 브리핑할 얘기가 없다』는 유인물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유승우·신효섭·김성호 기자>유승우·신효섭·김성호>
◎정계원로와 오찬/옛동지와 ‘뼈있는 대화’/“주변사람 잘써야” 당부에 “보수세력과도 만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9일 정계원로 22명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서 과거 정치적 경쟁자였던 이철승(李哲承) 전 국회부의장과 「개혁 주체」문제를 놓고 뼈있는 말들을 주고 받았다. 다른 원로들이 김대통령의 개혁 노력을 치하하는 사이, 이전부의장은 「고언」을 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당선직후 우리를 불러 당무회의 같다며 자주 만나자고 하더니, 다시 만나지 못했다』고 운을 뗀 뒤 문민정부의 실정을 맹공했다. 이전부의장은 이어 김대통령에게 『주변 사람을 잘쓰라』며 김영삼 전대통령 때의 한완상(韓完相) 전 부총리, 김정남(金正男) 전 청와대교육문화수석, 김숙희(金淑喜) 전 교육부장관을 인재등용의 실패 케이스로 들었다. 보수세력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김대통령은 『시대가 변했고,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일단 받아 넘겼다. 김대통령은 『과거 보수세력인 재향군인회, 이북5도민, 자유총연맹 등과도 자주 만나 대화하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사람쓰는 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남북문제에 보수와 개혁 세력 모두의 지지를 받기 위해 통일 우익인사인 강인덕(康仁德) 장관을 기용했다』고 반박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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