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유례없는 실업, 불황에 수재(水災)까지 겹쳐 온 나라가 난리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창생 몇명이 오랜만에 자리를 같이했다. 40대 초반의 샐러리맨들이다.『국제통화기금(IMF) 체제나 이번 폭우나 생전 처음 겪어보는 것은 마찬가지야. 첫 경험을 한꺼번에 두가지나 하다니』 재벌회사 중견간부인 A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경제관료인 B가 말을 받았다. 『물가폭등이 피부에 와 닿고, 재산피해가 2조원을 훨씬 넘고,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6%대까지 떨어지고 하는 「경제적 피해」가 문제가 아니야. 더 심각한 것은 「경제하겠다는 마음」이 상처를 입은 것이야. 의지가 꺾이는 것 같아 안타까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을 하다 부도직전에 몰려 있는 C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해. 계속 정신을 못차리면 엄청난 징벌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가 아닌가. 지난해말과 비교해봐. 줄이고, 아끼고, 더 열심히 뛰어보자는 분위기는 어느 덧 사라졌어. 가진 자들이 술판에서 「이대로」를 외친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야. 이들의 행태는 통상적인 사치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어. 주위를 둘러보면 실업자수는 계속 늘어가는데, 사회는 전반적으로 과소비 풍조까지 보이고 있어.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야』
이들이 자리를 뜰 때 내린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어떻게 해야할까. 그 결론 역시 간단했다. 국민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신과 가족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보람있고 유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평하게 분담됐고, 나은 앞날이 보인다면 참고 견딜 수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학교다닐 때 교과서에 나온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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