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담담’… 亞는 ‘답답’/선진국 이미 예측 무반응/외환·증시선 되레 오름세/亞,위안貨 영향줄까 불안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루블화 평가절하의 충격파가 선진 시장에 의외로 큰 파장을 그리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조치가 어느 정도 예견된데다 투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여진은 아시아에는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이번 조치가 국내 경제에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를 추구해 온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
러시아의 루블화 평가절하와 루블화 표시 외채의 90일간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세계시장의 반응은 18일 현재 예상보다 담담하다.
우선 러시아정부와 중앙은행의 발표 이후 개장된 유럽·미국 외환시장과 증시는 초반 추락세를 보였지만 대부분 오히려 전날보다 오른 시세로 폐장했다.
선진국 시장이 이처럼 무반응에 가까운 것은 대 러시아 채무가 대부분 현물상환의 담보가 돼있거나 자국 정부의 지급보증이 돼있기 때문. 러시아와의 무역·금융거래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는 뜻이다. 독일의 304억달러중 실제로 위험한 채권규모는 17억달러에 불과하고 최악의 경우 떼인다 해도 독일의 빅3 은행들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른 유럽국가나 미국에 주는 충격파는 독일보다도 작다.
그러나 동유럽과 아시아 등 이른바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는 커다란 불안요인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증시가 17일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한데서 드러나듯 이미 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시장은 체감도가 다른데다, 신흥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루블화 평가절하가 현실이 된 이상 투자자들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몸을 사리지 않을 수 없다.<신윤석 기자>신윤석>
◎러 국내파장/‘경제회생 도박’ 옐친 최대위기/은행퇴출 등 구조조정 불가피/단기고통불구 장기전망 밝아/옐친 권위추락 개각 가능성
러시아 경제는 루블화 평가절하와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따를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정치적으로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권위가 추락하는 등 내부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루블화 평가절하는 일단 단기적으로 인플레 상승을 촉발하고 금융 부문의 붕괴와 함께 국민들의 루블화에 대한 불신 등 공황 심리를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먼저 소비자 물가의 상승이 예상된다. 러시아에서 소비되는 상품의 약 50%가 수입품이고 모스크바의 경우 수입품 비율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약 1,700개에 달하는 은행들의 거의 절반이 도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다수 은행들의 외환보유고가 극히 취약한데다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단기국채(GKO)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집단 부실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업 대출은 커녕 예금고도 없는 은행들도 이번 기회에 도태되는 등 구조조정이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금융 투기회사에 불과한 이같은 은행들이 대다수 붕괴하더라고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정치적으로 볼때는 내년 의회 선거와 2000년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옐친 정권은 일단 공산당 등 야당의 공세와 국민의 불신으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의회선거에서 개혁 및 진보세력 대신 민족주의와 좌익세력이 득세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옐친의 정치적 장래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에 몰린 옐친은 이번 사태를 책임질 「희생양」을 만들기 위해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를 포함해 일부 각료를 경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각을 통해 야당의 정치공세를 무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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