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직의 ‘혈의 누’부터/95년까지 1,581편 소설분석/어휘·관용구에 名文도 담아한국근대문학 100년간 발표된 소설에 나오는 어휘와 그 용례를 집대성한 「소설어사전」(고려대출판부 발행)이 문학평론가 김윤식(서울대) 최동호(고려대) 교수의 작업으로 출간됐다.
문학작품이야말로 생생한 우리 말의 보고라는 점에서 이 사전 출간은 지난해 역시 고려대출판부가 발행한 「시어사전」(김재홍 경희대 교수 편저)과 짝을 이루며 획기적 의의를 지닌다. 한국문학에 사용된 빛나는 우리 말이 사전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셈이다.
사전에 수록된 어휘는 1만5,479개. 표제어 외에도 속담·관용구 등 부표제어 2,399개가 실제 작품에서 사용된 명문장 2만2,000여개와 함께 수록됐다. 편저자들은 10년여의 자료조사와 3년간의 제작기간을 통해 이인직의 「혈의 누」(1906년)부터 전경린의 「평범한 물방울 무늬 원피스에 관한 이야기」(95년)까지 1,581편의 소설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해방 이후 북한에서 발표된 작품 122편도 포함돼 있다. 뼈대가 된 것은 홍명희의 「임꺽정」을 비롯해 「두만강」(이기영), 「갑오농민전쟁」(박태원), 「토지」(박경리), 「장길산」(황석영), 「태백산맥」(조정래),「객주」(김주영), 「변경」(이문열) 등 대하장편과 「탁류」(채만식), 「삼대」(염상섭), 「광장」(최인훈), 「관촌수필」(이문구)등 장편소설들에 나오는 어휘의 채록이었다. 이들이 우리 소설 어휘계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면 단편소설의 어휘계보는 「감자」(김동인), 「날개」(이상), 「서울 1964년 겨울」(김승옥),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등에서 90년대 작가군까지 이어진다.
편저자들은 이와 함께 서울·개성을 포함한 경기도(염상섭 박태원 박완서), 충청도(이기영 홍명희 이문구) 등 지역별로 방언을 구사한 작가들을 분류했다.
「문학행위야말로 언어 창조」라는 점을 입증하듯 소설어사전에는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어휘가 다수 포함됐다. 양쪽에서 함께 귀염을 받는다는 의미인 「겹귀염」, 고정아지트의 준말인 「고정트」 등 용어와 함께 90년대 유행한 신조어 「롱다리」까지 풀이와 용례가 나온다. 김윤식 교수는 『「소설어사전」의 간행은 곧 우리 문학박물관을 하나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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