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 총리가 167일만에 서리꼬리를 뗌으로써 공동정부의 본격 항해가 시작됐다. 18일 국민회의와 자민련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무거운 짐을 덜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겹 더 벗겨보면 공동정부의 앞날에 대한 양측의 구상은 사뭇 다르다.자민련 관계자들은 「대선단일화 합의문」을 꺼내 성경책을 보듯이 꼼꼼히 읽어보며 공동정부운영협의회(공정협) 조기 구성을 주장했다. 일부 당직자들은 『들러리 여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독자 목소리를 자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회의측은 『약속은 지킬 것』이라면서도 합의문에 거론된 내각제, 공정협 문제가 조기에 불거져나오는 게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국가적 현실을 감안해 공정협 구성을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동정부의 항로가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침 국가적 현실은 경제위기에 수해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이다. 여기에다 「사공」들간 파열음까지 나온다면 「배」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정치적 뿌리와 색깔이 다른 두 여당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한국판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동거정부)」이 성공을 거둘 수 있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좌·우파가 대통령·총리직을 나눠 갖고 종종 갈등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릇을 깨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다. 한 정치학자는 『두 여당이 당리당략적 경쟁에 빠지지 말고 나라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통령제하에서 처음 실험하는 공동정부의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여당이 총리인준을 계기로 대선당시의 신뢰를 지키면서 그동안 못다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가에서는 『앞으로 두 여당의 잦은 싸움으로 국정혼선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전망이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두 여당이 다시 몸가짐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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