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상처 ‘레임덕’ 촉발/“사생활” 강조 해명·사과 탄핵정국 정면돌파/위증부분은 언급안해 11월 중간선거 악영향클린턴 미 대통령은 집권 이래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아 17일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정공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스스로 사생활에 속하는 일이라고 누차 강조하기는 했지만 TV에 나가 자신의 불륜사실을 고백하는 망신을 감수하면서까지 여론을 자기편에 붙잡아두려고 시도했다.
클린턴의 연설은 여론을 판에 박듯 반영했다. 우선 대다수 국민은 물론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조차 「솔직히 털어놓고 사과하면 탄핵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해온 것을 따랐다. 또 「비록 잘못된 일이지만 대통령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데 세금을 낭비할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자신의 행위는 「가족내의 문제」일뿐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특별검사측을 공격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법적, 정치적 부담을 여전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비록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때문에 형사상 기소는 면하더라도 의회가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많은 관측통들은 클린턴이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일단 살아남는 데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의회가 탄핵논의를 공식화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여론의 변화 추이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경기침체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지금 여론이 어떻게 뒤바뀔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클린턴은 경제호황으로 비롯된 높은 지지도를 탄핵논의가 완전히 매듭될 때까지 계속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클린턴이 떠안은 가장 큰 부담은 「권위의 상실」에 따른 국정운영의 어려움이다. 그는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뒤늦게 시인해 경위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을 인정한 셈이어서 국가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은 것이다.
이에 따라 11월의 중간선거는 물론 차기대선에서 클린턴이 차지하는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며 그만큼 그의 「레임 덕」현상도 앞당겨질 전망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증언·연설후 여론조사/“직무수행 지지” 62% “사임반대” 72%/63% 성추문수사 종결 희망/53% 클린턴 해명에 만족
클린턴의 연방대배심 증언과 대국민 연설 후 그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다. CNN과 유에스에이투데이, 갤럽이 17일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클린턴에 대한 호감도는 40%로 나와 일주일전의 60%에 비해 무려 20%포인트 떨어졌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는 62%의 지지율을 보여 여전히 높은 수치를 유지했지만 바로 전날 NBC방송의 지지율 70% 와 비교하면 하루 만에 8%포인트 떨어졌다.
또 미국민 두 명 중 한 명만이 클린턴의 대국민 연설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53%의 응답자가 르윈스키와의 관계에 대한 클린턴의 해명에 만족했을 뿐, 39%는 불만족을 표시했다. 나머지 8%는 무응답.
클린턴의 사임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수인 72%가 반대의사를 표시했으나 응답자의 48%가 클린턴의 위법사실을 믿는다고 답했다. 클린턴이 연방대배심에서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고 믿는 응답자도 46%나 됐다. CBS방송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해 응답자의 59%가 클린턴의 대국민 연설에 만족했다고 답했다. 또한 63%가 증언 및 대국민사과를 계기로 대통령의 성추문이 매듭지어지길 희망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대국민 연설요지/“대통령도 사생활있다 아내·국민 오도 후회”
나는 오늘 오후 이 방, 이 의자에 앉아 특별검사와 연방 대배심 앞에서 증언을 했다. 나는 내 사생활을 비롯해 어떤 미국인도 대답하기를 원치 않는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다. 나는 공·사적 모든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
나는 지난 1월 증언에서 르윈스키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내 답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으나 자진해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실제 나는 르윈스키와 관계(relationship)를 가졌으며, 그것은 적절치 못한(not appropriate)것이었다. 실제로 그것은 잘못된 일이었다(it was wrong). 그것은 내 혼자서 그리고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판단상의 실수였으며 개인적인 실책이었다.
그러나 오늘 대배심에서 증언했듯 나는 한번도 남에게 거짓말을 시키거나 증거의 파괴 은닉, 다른 불법적인 행동을 요청한 적도 없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나의 공적인 발언과 침묵이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나는 내 아내를 비롯해 국민들을 오도했다. 나는 그 점을 깊이 후회(regret)하고 있다.
독립검사는 내 스태프와 친구들, 내 사생활까지 파고 들었다. 이 수사는 너무 오래 끌었으며 경비도 많이 들었고 죄없는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이제 이 문제는 나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 내 아내와 딸 그리고 하나님간의 문제이다.
난 그것을 바로잡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는 가족들을 위해 나의 가정에 대한 권리를 되찾을 것이다.
대통령도 사생활(private life)을 갖고 있다. 이제 개인에 대한 파괴와 사생활을 캐는 행위를 중단하고 국민적 생활로 되돌아가야 할 때이다. 우리 나라는 이 문제 때문에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받아들인다.
우리 앞에는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잡아야 할 기회들이, 풀어야 할 문제들이, 직면한 안보상의 문제가 놓여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 우리가 지난 7개월간 끌어 온 이 문제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다음 세기의 약속과 도전에 관심을 돌리길 여러분들에게 당부한다.
◎증언·연설 이모저모/힐러리 굴욕감불구 변호협의/5시간26분 증언 클린턴 ‘진땀’/입장미묘한 고어는 휴가중/獨誌 클린턴 퇴진 공개서한
○…17일 오후 12시 59분(미 동부시간)에 시작된 클린턴 대통령의 연방대배심 증언은 오후 6시25분에 끝나 5시간 26분간 진행됐다.
클린턴의 증언내용은 즉각 밝혀지지 않았는데 백악관측은 미국민들의 여론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증언 이후의 대책마련에 나섰다. 백악관 참모들은 그러나 클린턴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표현으로 성관계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위증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곤혹스러워했다.
○…힐러리 여사는 남편으로부터 르윈스키와의 성관계에 대한 고백을 듣고도 연방대배심 증언을 앞두고 변호인단과 함께 증언전략을 최종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소속 제시 잭슨 목사는 CNN 방송에 출연,『16일 저녁 클린턴 대통령의 요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며 『힐러리여사는 굴욕감을 느끼겠지만 성숙한 사람이며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두사람의 혼인관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캔들의 당사자인 르윈스키의 행방에 대해 이날 언론의 추적이 벌어졌으나 집이나 변호사 사무실 등 어느 곳에서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클린턴의 정치적 위기에 따라 거취가 주목받고 있는 앨 고어 부통령은 결혼기념 25주년을 이유로 11일부터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성추문때마다 클린턴을 옹호했던 고어는 만약 클린턴이 탄핵받거나 자진사퇴할 경우 대통령 승계 1순위라는 미묘한 입장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처지. 워싱턴 정가에선 그가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독일의 유력 시사주간지 데어 슈피겔은 17일 클린턴에게 「명예퇴진」을 호소하는 공개서한을 게재했다. 이 잡지의 발행인 루돌프 아우그슈타인은 이날 보도한 「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클린턴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때 명예롭게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클린턴의 대배심 증언과 연설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갖는 것 자체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더욱이 성추문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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