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개인 재산을 모아서 내가 잘 살고 남은 재산은 대대로 편히 살도록 자녀들에게 상속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재산관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후진적이고 농경문화적인 가치관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산업화 초기단계에서만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으며 선진화단계에서는 시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먼저 한국인의 축전(蓄錢)정신은 개인재산중심적이며 축적수단은 토지본위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내 이름으로 등기가 돼 있는 부동산은 내 재산이지만 도로나 학교시설과 같은 사회재산은 내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재산은 부동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개인재산이 축적될수록 땅값은 비싸져서 오히려 사회를 가난하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
여기 비해서 서구 선진사회는 조세, 사회보장기금, 사회사업출연, 유산의 사회환원 등 사회저축중심으로 저축하여 이 돈은 교육 교통 환경 문화 휴식공간시설 그리고 사회보장과 같은 사회자본에 투자된다. 그래서 이들 선진국들은 개개인은 가난하지만 사회재산이 많아서 잘 살고 있고 우리나라는 개개인의 재산은 많은데 사회가 가난하여 못살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화 초기단계에서는 의식주와 같은 기본수요가 문제인데 이것들은 개인저축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선진화단계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교통 교육 환경 의료 휴식공간 문화시설과 같은 사회공공재인데 이것들은 개인저축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사회저축으로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사회재산인 학교시설은 빈약하게 해놓고 개개인은 자녀교육을 과외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해결될 수 있는가.
또 한가지 문제는 모아놓은 개인재산을 자녀들에게 상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농경문화나 산업화초기의 가족부양제도하에서는 상속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선진단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자녀들의 교육과 일자리 마련은 사회가 책임지게 되고 부모들의 노후는 자녀보다도 사회보장제도가 맡게된다. 그래서 집 한 채 정도의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것이지만 그 이상의 큰 재산일수록 대학이나 의료기관 또는 사회복지사업등을 위해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존스 홉킨스·밴더빌트·스탠퍼드·코넬등 부호들이 그 유산을 몽땅 대학에 바친 것이 그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심지어 재벌들까지도 온갖 탈법수단을 써가면서까지 재산을 세습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당연하고 떳떳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낡은 의식구조가 지금 추진하는 구조개혁의 대상이 돼야한다.
이와같이 낡은 한국인의 재산관은 아시아적 가족이기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혈연과 연줄을 앞세우는 폐쇄적인 가치관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IMF관리체제는 이러한 아시아적 가치질서의 실패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가 선진단계에 진입하려면 선진사회의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보편적 개인주의 질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서 우리들의 재산관도 고쳐야 한다. 개인재산보다도 사회재산을 많이 축적해야 한다. 부동산을 재산증식수단으로 생각하는 토지본위 사회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재산은 규모가 클수록 자녀보다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정부는 부모재산이 없어도 자녀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교육문제, 주택문제, 혼례비용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며 노후생활에 대한 사회보장대책도 확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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