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국회가 정상화했다. 새정부 출범후 일손을 놓은지 거의 반년만의 일이다. 국회는 17일 본회의를 열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15대 후반기 원(院)구성을 마무리지었다. 오랫동안 쟁점이 돼 왔던 국무총리와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처리했다. 실로 오랜만에 국회의 정상화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감회는 착잡하기만 하다. 무엇때문에, 누구를 위해 이처럼 장기간 국회가 파행을 거듭해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석고대죄(席藁待罪)하는 심정으로 두번 다시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세를 바로해야 할 것이다.상반기 국회는 지난 5월말로 사실상 그 임기를 다하고 끝났다. 법대로라면 전반기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하반기 의장단 선출등 원구성을 완료했어야 한다. 하지만 여야의 당파적 이해다툼으로 원구성은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헌정사 초유의 국회 부재상태가 두달 넘게 지속됐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이러고도 무슨 염치로 국민들에게 준법을 요구하며, 민의의 대변기관이라고 자임할 수 있겠는가.
IMF체제의 고통은 물론 엄청난 수재 앞에서도 정쟁을 일삼는 국회의 모습은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추경안 편성등 구호대책을 서둘러도 부족할 판에 각당이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차지하려고 싸우며 국회를 공전시킨 처사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급기야는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소환제 입법청원 서명작업에 나섰고, 현재도 서명이 줄을 잇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은 정신차려야 한다. 국회를 더이상 정쟁의 볼모로 삼아서는 안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90%가 넘는 절대다수가 국회의원 정수 대폭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민심을 잘 헤아려야 한다. 국회가 고비용 저효율의 상징처럼 지탄받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소수인 여는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야 하고, 무리한 과반수 채우기로 정국을 운영하려는 「수(數)의 정치」자세를 버려야 한다. 야당 역시 당권쟁취의 지렛대로 국회를 이용하려는 미몽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국회를 계파간의 이해관계 차원에서 볼모로 삼으려 해서는 안된다.
국회는 새로 태어나야 한다. 원구성 지연으로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벌써 부실요인을 안고 있다. 또 소속상임위 결정이 늦어져 국감계획등에 큰 차질을 면키 어렵게 돼 있다. 밤새워 일하더라도 주어진 책무를 다 해야 한다. 그 길만이 그동안의 파행을 용서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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