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기술력 발판 밖으로 진출할 때”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약중인 재미동포 금융인 변진(31)씨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벤처기업의 신상품이나 신기술의 연구개발 등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하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다. 30대에 막 접어든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실리콘밸리내에서 또 하나의 신화로 꼽히는 인터넷과 TV를 연결하는「웹 TV」 개발에 투자를 한 후 이를 다시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4억2,500여달러에 매각한 APV 테크놀로지의 주요 펀드매니저로 참여했다. 또 쉐어웨이브와 C북 등 변씨가 참여한 신제품개발 투자는 현지 실리콘밸리에서도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경우로 꼽힌다.
현재 뱅커스트러스트투자은행 산하의 벤처캐피털 펀드매니저인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사(MS)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거듭나기」로 돌아선 한글과 컴퓨터사(한컴)의 사외이사로 17일 전격 발탁됐다.
변씨가 한글살리기의 무거운 책임을 떠안은 한컴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22일 열리는 한컴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절차만을 남기고 있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한컴이 국내시장에서 10년 넘게 끌어온 한글을 소프트웨어 상품의 하나로 볼 경우 이젠 수명이 다한 셈이다. 새로운 부가서비스 개발이나 획기적인 기술진전을 통한 새로운 분야로의 영역 넓히기 작업이 불가능할 경우 한컴의 존재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컴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500억원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 부채상환이외에도 새로운 제품개발을 위해 적어도 5년간 매년 50억원씩 쏟아부어야 한다. 또 한컴이 국내시장 집착을 버리고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기 위해선 판매 마케팅 확립, 법인 설립, 현지 전문가 고용, 제품의 현지 개발, 현지 벤처캐피털 유치 등이 시급하다. 때문에 이번 한컴의 사외이사제 도입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입을 위한 국내 벤처기업의 획기적인 전환으로 평가 받는다. 재미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변씨에 대한 한컴의 사외이사 발탁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변씨는 『세계 3대 물류관련 소프트웨어 회사인 네덜란드의 반(Baan)사는 78년 설립후 국내시장에만 전념하다 88년 처음 세계시장으로 진출, 매년 10배씩 성장했다』며 『한컴 역시 지난 10년간 내수시장에만 힘을 쏟았지만 이젠 기술력을 기반으로 밖으로 진출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컴이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기 위해선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현지에서의 제품개발 및 판매·마케팅 개발은 물론 현지 벤처캐피털 유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벤처기업의 얼굴인 한컴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한글 정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의 정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 텍사스대 법대를 졸업하고 스미스바니 등 유명 투자은행의 펀드매니저로 활약했었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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