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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관계’ 정의 치열한 공방/클린턴 연방대배심 CCTV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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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관계’ 정의 치열한 공방/클린턴 연방대배심 CCTV증언

입력
1998.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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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대신 ‘접촉’ 표현 위증혐의 회피계산/검사 구체상황 추궁엔 “사생활 침해” 반박한듯17일(현지시간) 클린턴 대통령측과 스타 특별검사팀이 마주 선 연방대배심은 「성관계」가 키워드였다. 클린턴은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법정과 인터뷰 등에서 7차례 이상 말해 왔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성관계를 가졌다고 인정한다면 곧바로 위증이 되는 상황이다.

증언 내용은 즉각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측은 성관계의 개념정리에서부터 치열한 공방을 계속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월 폴라 존스 성희롱사건때 클린턴 변호인이 받아들였던 성관계의 정의가 핵심 쟁점이었을 것이다.

「성적 욕구를 높이거나 만족시키기 위해 성기 항문 가슴 허벅지 엉덩이를 접촉(touch)한 경우」가 클린턴측이 당시 법정에서 수용했던 성관계의 정의다. 미 언론은 클린턴이 바로 「터치(touch)」라는 단어의 해석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갔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적극성을 띤 상대만 전제된다면 오럴 섹스는 가능하다는 논리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르윈스키는 성관계를 했지만 클린턴측에서는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논리가 가능한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24일자)은 이런 용어적 문제를 제기하고 클린턴의 위증혐의가 기술적으로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클린턴은 성관계라는 말 대신 위증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표현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성관계(sexual relationship)를 성적 접촉(sexual contact or encounter)이라는 말로 대체했고, 르윈스키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비도덕적」이라는 의미가 담긴 「온당치 못한 관계(improper relationship)」보다는 우연성의 어감이 강한 「적절치 못한 관계(inappropriate relationship)」라는 단어를 적극 활용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클린턴은 이런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사실상 르윈스키와 아무런 성관계가 없었다는 종전의 주장을 버리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말했다는 인상을 주면서 법적인 문제는 피해간다는 전술이다. 또한 사생활 보호를 들어 검사측의 구체적인 상황 설명 요구는 뿌리쳤을 것으로 보인다.<이상원 기자>

◎클린턴 향후 정치운명은…/의회,탄핵까진 안할듯/스타검사 내달초 의회보고/美 국민 65% “업무수행 지지”/공화,중간선거·대선고려 ‘앉혀두고 흠집내기’ 전략

클린턴 대통령의 연방 대배심 증언이 이뤄졌지만 르윈스키 스캔들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사법적으로는 어느정도 매듭이 지어졌다 해도 정치적으로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미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해 형사피의자 신문을 한 스타 특별검사의 보고서가 9월초 하원에 제출될 예정이다.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일단 의회의 손에 달려 있다. 특별검사의 보고서가 탄핵사유가 충분하다고 밝힐 지, 나아가 기소사유도 있다고 할 지 여부는 기다려보아야겠지만 역시 의회에서는 법률적 계산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이다. 현재 워싱턴 정가에서는 비록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했다하더라도 클린턴이 탄핵될 것으로 보는 견해는 아직 소수 의견이다.

우선 공화당쪽에서도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는 탄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클린턴의 위증교사 및 사법방해 혐의가 밝혀진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성관계를 시인하는 쪽으로 말을 바꾼 것만으로는 극한상황에 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의 대체적 견해다. 상원법사위원장인 공화당의 오린 해치 의원은 『민사재판에서 성관계에 관해 거짓말한 것 정도라면 백악관에서 내몰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이같은 「유연한 입장」은 당연히 11월의 중간선거와 2000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다.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믿는 미국인이 70%가 넘는데도 여전히 그의 업무수행을 지지하는 사람이 65%에 이르는 여론을 감안한 것이다.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정치적 궁지로 몰아넣을 경우 자칫 공화당쪽으로 여론의 화살이 날아올 수 있다. 또 클린턴을 몰아내고 차기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유력한 고어 부통령을 대통령 자리에 앉히는 것도 대선전략상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사생활이 복잡하고 거짓말하는 대통령」을 그대로 앉혀두고 계속 민주당을 흠집내는 게 더 나을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의회가 탄핵하지 않을 경우 클린턴은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현직 대통령을 형사사건으로 기소할 수 있는 지의 여부에 관해 미헌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있지 않으나 삼권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대통령은 민의(民意)의 대표기관인 의회에만 책임을 진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 특별검사가 클린턴을 기소하려면 우선 연방대배심의 결정을 받아야 하고 이어 연방법원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의 적법성을 놓고 상당한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

◎“힐러리 용서해주오”/클린턴 대배심증언앞서 지난주 가족에 고백·사과

클린턴 대통령은 연방대배심 증언에서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하기로 결심한 직후 우선 힐러리 여사에게 고백하고 사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부부는 일요일인 16일 교회예배에 참석하면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 일단 외부에는 부부간의 문제가 봉합되었음을 보여줬다. 92년 대선 당시 제니퍼 플라워스와의 성추문때 클린턴이 힐러리와 함께 TV에 나와 『결혼생활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해결됐다』고 「반시인」했던 이래 두번째의 일이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클린턴은 지난 주말 힐러리와 외동딸 첼시아에게 증언내용을 설명하고 용서와 이해를 구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측근을 인용,『클린턴에게는 연방대배심 증언에 서는 것에 못지않는 곤혹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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