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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별 이야기’/잘 짜여진 ‘우연의 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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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별 이야기’/잘 짜여진 ‘우연의 플롯’

입력
1998.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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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법칙으로 건설된 세상」. 박근형 작·연출 「푸른 별 이야기」(76단·23일까지 연극실험실·02­763­6238)는 현실과 매우 닮았으되 다른 논리로 굴러가는 세상 이야기다.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박씨의 희곡은 중구난방이거나 많이 다르다. 사건은 우연으로 이어지고, 사건전개상 별 비중 없는 주변인물이 중시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영화 「펄프 픽션」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를 연상케 한다.「푸른 별 이야기」는 「푸른 별 이야기」라는 영화를 준비중인 한 영화감독(오광록)의 하루를 그린다. 그는 아내와 사별했고, 처제(천정하)와 사랑에 빠졌다. 꿈에 나타난 아내, 처제와 전화, 촬영감독과 다방에서 만남, 여배우를 캐스팅하는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놓고 장광설, 처제와 술자리, 그리고 그를 잡으려는 처제에 의한 죽음까지. 영화감독의 하루는 영화보다 더욱 극적이고, 뒤집어 말해 연극(영화)은 더욱 현실적이다. 그것이 바로 작품에서 말하려는 것. 박근형씨는 『수년간 머릿속에 품어온 상상으로 쓴 희곡보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간 어느 하루가 더 연극적이지 않을까』라고 믿는다.

박씨의 믿음은 치기어린 발상일 수 있으나 작품은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 작품은 일관된 주제로 집중돼 있고, 그래서 「우연의 플롯」이라는 논리구조를 만든다. 계산없이 흩어진듯 보이던 사건들은 그 구조 안에서 계산된 가치를 회복한다. 즉 무대 위 세상은 개연성을 뛰어넘었지만 그것을 설득해 내는 힘을 갖고 있다. 전작 「쥐」와 「푸른 별 이야기」에서 박씨는 이미 극히 일상적인 현실을 배경으로 상상의 운영법칙을 보여주는 무대를 추구한 바 있다. 앞으로 더 자유로운 상상의 유영을 기대해 볼 만하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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