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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위주 대학교육 이젠 그만/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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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위주 대학교육 이젠 그만/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
1998.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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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여파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기업과 정부 모두 거품을 제거하는 구조조정 작업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라는 추상적인 정책의 가장 구체적인 모습 가운데 하나는 물론 인력감축이다. 이미 채용하고 있던 인력마저도 내쫓는 판이니 대학문을 나서는 신규취업 희망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치부될 수도 있다.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가장 최근에 마친 엘리트 인력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스스로의 성취를 이룩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는 대학졸업자의 좌절감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차원에서 가장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신규 졸업자의 능력이 사장되고 있는 일은 분명 국가적 손실이다.

어떻게 하여야 하나? 대학생의 예비실업자화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적 차원의 여러 가지 대책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대학교육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고있는 세가지 집단의 역할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자 한다. 세가지 집단이란 다름아닌 대학교육의 공급과 수요를 담당하는 대학과 사회, 그리고 교육의 당사자인 대학생 자신이다.

우선 대학생 스스로의 자세와 연관된 문제를 살펴보자. 지금까지 우리 대학생은 대학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계발하는 일보다는 소위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일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명문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은 일자리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명문대 출신이라는 간판만으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또 설사 살아남는다 해도 그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기초로 대학교육 및 졸업후의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다음으로 필요한 일은 대학교육 수요자와 공급자의 역할변화이다. 정보화와 세계화라는 21세기 지구촌 시대의 조건에서 우리는 더이상 대학을 「수능성적」이라는 한가지 척도로 평가할 수 없다. 다양하고 개성있는 기준이 대학교육의 수요와 공급에 적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특정한 대학이 다른 특정한 대학보다 좋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고 또한 어떤 특정한 분야의 학문이 다른 특정한 분야의 학문보다 좋거나 나쁘다고 평가할 수 없는 가치의 다원화를 이룩해야 한다.

대학교육을 통한 개인의 창의력 개발과 국가의 경쟁력 확보는 이와 같은 두가지 조건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 경제위기가 강요하고 있는 대학교육의 개혁을 우리사회는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예비실업의 멍에를 감추고 대학을 다니는 젊은이에게 희망을 제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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