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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50주년 큰 눈으로 보자/姜萬吉 고려대 교수(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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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50주년 큰 눈으로 보자/姜萬吉 고려대 교수(한국시론)

입력
1998.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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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민족국가 수립위한 역사적 과제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금년은 한반도 지역이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서 벗어나서 남북에 각각 국민국가를 수립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반도가 일본에게 강점당한 원인은 여러가지로 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전제군주체제를 무너뜨리고 국민주의 국가를 수립하여 자본주의 체제를 성립시키고 부국강병을 해야할 때, 그것을 제대로 못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 민족 사회가 일제 강점시대를 벗어나서 국민주권주의 국가를 수립했다는 것, 그리고 그 50주년을 맞는다는 일은 축하하고도 남을 만하다.

지금 당장에는 남쪽은 IMF체제로 되고 또 북쪽은 극심한 식량난 때문에 우리 민족사회 전체가 곤란 속에 있다. 그러나 남북을 막론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 해방된 민족사회 중에서는 일단 선두그룹에 들었다고 할 수 있으며, 남북이 함께 개최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었다해도, 역시 2차대전후 해방된 민족사회로서는 유일하게 세계적 행사로서 올림픽을 큰 실수 없이 치를만한 능력을 가진 민족사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 후에 우리 민족이 세운 남북 두 개의 국가는 분명 분단국가였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근대 민족국가, 즉 통일민족국가를 수립해야 할 역사적 과제는 그냥 남아있는 것이다. 두 개의 국민국가들이 세워진 초기에는 무력통일이 기도되기도 했고 또 정통성 다툼도 심했다. 지금에도 정통성 다툼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91년에 남북정부가 각기 상대방의 존재를 정식으로 인정한 남북합의서가 교환됨으로서 정통성 다툼은 일단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분단국가 50년」을 청산하고 「통일민족국가 50년」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20세기의 우리 민족사회는 그 전반기는 일본에게 강점당했고, 후반기는 분단되어 서로 싸웠다. 그 때문에 우리들의 역사인식 범위가 너무 한반도에만 한정되기도 했다. 이제 21세기로 들어서면서 동아시아 전체 역사 속에서의 우리 민족의 위치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20세기 후반기 분단시대를 통해 한반도의 남쪽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일본에 너무 가까워졌고 그 북쪽은 중국에 너무 가까워졌다. 그것은 남북 우리 민족사회 전체의 정치 경제 문화적 동질성이 너무 약해졌음을 말한다.

21세기에 들어가서도 동아시아가 한반도 남반부와 일본을 포함한 하나의 세력권과 그 북반부와 중국을 포함한 또 하나의 세력권으로 나뉜 상태가 지속되면 한반도의 휴전선은 미국과 구소련을 대신해서 중국과 일본 두 세력이 대립하는 경계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한반도는 통일되기도, 민족적 동질성을 확립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21세기는 흔히 무한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 말한다. 남북을 합친 우리 민족사회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그 주체성과 독자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에 가까워진 북쪽은 중국의 부속지역이 되고 일본에 가까워진 남쪽은 일본의 부속지역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민족 고유의 정치 경제적 영역과 문화적 특성은 소멸되고 말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상적 전망이기는 하지만.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세계사는 또 유럽연합(EU)이나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같이 지역공동체를 이루는 쪽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민족국가끼리 대립하고 싸우는 것보다는 일단 평화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21세기의 동아시아에 한반도와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평화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거기에는 몇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우선 20세기를 통해서 동아시아 유일의 제국주의 국가였고 식민지를 가졌던 일본이 확실한 평화주의 국가로 되어야 한다. 일본이 확실한 평화주의 국가로 되는 길은 그 정치인들이 의례적인 과거사 반성을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2세 국민을 평화주의자로 교육하는 일이 요긴하다. 그리고 그 지름길은 일본이 2세 국민들에게 제국주의 침략사를 정확하게 가르치는 일이다.

동아시아 평화공동체가 성립할 수 있는 또다른 전제 조건은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되지 않으면 동아시아 공동체의 성립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한반도의 통일은 한반도 7,000만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제국주의자가 아닌 이상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방해할 수 없을 것이며, 우리의 평화통일은 그만큼의 세계사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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