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자실업농구출신 선수와 내년에 여고를 졸업하는 농구선수들이 대만진출을 위해 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다. 국경이 없는 시대가 됐고,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외국으로 진출한다는 데는 반대할 뜻이 없으나 진출의 방편으로 귀화까지 한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그렇다고 대만으로 귀화하려는 어린 선수들만을 나무랄 수도 없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여자 농구선수는 70여명에 이르고 있으나 국내에서 취업이 가능한 선수는 3∼4명 정도다. IMF란 된서리를 맞기 전까지는 국내 여자농구팀이 14개팀이나 돼 대부분의 선수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으나 그동안 9개팀이 해체되어 그같은 취업률은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이때문에 여고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코트를 찾아 대만으로 진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귀화까지 해야하는 것은 대만 여자농구팀의 팀당 외국인 보유수 2명이란 제한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한다. 일부 일선지도자들은 이를 부추기고 있고, 대한농구협회도 11일 이사회를 열고 해외취업을 위해서는 귀화도 무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고 농구선수들의 대만 귀화를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이같은 흐름이 스포츠 전종목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IMF사태 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스포츠의 황폐화를 재촉할 우려가 있다. 농구협회와 일선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귀화가 갖는 의미를 얼마나 설명했고, 이들의 국내 취업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어린 선수들의 해외진출은 장려할 만하다. 그러나 「귀화」란 편법을 동원한 해외진출이 만연하여 한국스포츠가 황폐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체육에 대한 지원과 활성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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