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그배우 그목소리 그대로/석금성·전옥·나운규 등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는 대중극의 전성시대였다. 당시 양장점에는 여배우 석금성이 입은대로 해달라는 주문이 줄을 이었고 「눈물의 여왕」 전옥이 무대에 서면 객석은 모두 울음바다를 이뤘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연기는 어떠했고 희곡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는 드물다.
신나라레코드가 CD 3장으로 복각해 내놓은 「유성기로 듣던 연극모음(1930년대)」은 그 시대 무대에서 오가던 배우들의 육성을 그대로 담은 값진 자료다.
수록 작품은 총27편. 동양극장 간판배우 황철이 출연한 인기 레퍼토리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비롯해 석금성, 강홍식 전옥부부 등 유명배우의 대사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또 영화 「아리랑」으로 유명한 춘사 나운규(「말못할 사정」)와 당대의 만담가 신불출(「일편단심」 「낙화암」)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들의 발성과 어투는 감정이 충만하지만 기계적인 변사투와는 분명히 달라 신파조와 변사조를 구분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오히려 이들의 말투는 북한동포나 옌볜(延邊) 재중동포와 비슷하다.
해설과 채록을 맡은 김만수(군산대 국문과)교수는 『아마도 1930년대 보편적이었던 말투가 북한에서는 계승된 반면 남한에선 급격히 변한 탓일 것』이라고 말했다.
군밤장사로 아버지 병원비를 마련하는 아이의 비극(「순동이의 효성」), 사랑에 실패하고 죽음 후를 기약하는 기생(「저승에 맷는 사랑」), 가난때문에 갓난아기를 죽이는 엄마(「벌 밧는 어머니」) 등 가정비극과 고전을 패러디한 「모던 심청전」 등의 희곡들은 이 시대 대중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토막」 「버드나무선 동리의 풍경」 등 신극운동의 주창자인 극예술연구회 작품과의 비교연구도 의미가 있다.
일제 때 인기연극들은 유성기 대중화추세와 맞물려 5분 길이로 발췌돼 SP 한장에 녹음됐다. 당시 연극·영화 SP는 약 200장이 전해진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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