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끝없는 불안’/정부 개입 시사로 엔화 하락 일단 멈춤/그래도 비관 가득…『일본발 세계 공황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일본 대장성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재무관은 12일 오전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이날 엔화의 반발 상승세로 시작한 도쿄(東京)외환시장의 「엔 사자」를 자극, 전날까지 무성했던 「1달러=150엔」으로의 엔화 폭락 우려를 일단 차단했다. 이같은 엔화의 회복세에 따라 8일째 이어진 주가 하락도 일단 멈추었다.
그러나 당국의 시장개입을 경계한 이같은 안정은 오래 가지 못해 붕괴해 엔화와 주가가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시장에 가득하다. 이같은 관측은 예외없이 금융불안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엔화와 주가의 동반 등락은 이미 일본 시장의 한 특징이다. 엔저로 수출이 늘면 기업의 이익도 늘어나 주가가 올라간다는 상식은 금융불안에 의해 여지없이 깨졌다.
11일에도 엔저를 배경으로 주요 13개 은행의 주가가 올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전체 주가의 폭락을 견인했다. 엔저가 금융기관 해외자산의 엔화표시 가격을 늘려 자기자본 비율을 떨어뜨리는 데다 아시아 위기를 가중, 해외 부실채권을 늘리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30조엔의 공적 자금 투입 방안을 마련했지만 금융불안과 대출경색은 여전해 기업과 가계의 목을 조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실채권의 기준과 내용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다.
12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정부계 금융기관인 「홋카이도·도호쿠(北海道·東北)개발 공고(公庫)」의 부실채권이 전체 대출액의 30%인 4,250억엔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날이 다르게 새로운 부실채권이 나타나고 있어 정부의 「금융시스템 안정」 약속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70조엔에 달하는 금융기관 부실채권은 경기 회복에 의한 담보자산의 가격 상승이 없는 한 해결할 수 없다. 언제 엔화와 주가가 다시 폭락할지 몰라 「일본발 세계공황」의 우려는 사카키바라 재무관의 다짐과 달리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美 ‘그래도 자신’/주가조정 믿음속 채권은 연일 상종가/“우린 아직도 건강…”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공업지수가 11일(현지시간) 한 때 257.98포인트 폭락하자 장내는 일순 「붕괴(crash)」가 아니냐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폐장 1시간전 사자주문이 꾸준히 몰리면서 지수는 전날에 비해 112포인트 하락한 8462.85에 마감했다. 지난달 17일 사상최고치인 9337.97에서 한달도 못 돼 9.3%가 빠졌지만 여전히 「조정」범위내에서 등락이 이뤄졌다는 게 시장 분석가들의 말이다. 이들은 「거품」양상을 빚었던 증시가 10∼15%까지 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증시의 하락은 엔저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우려가 주원인이었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한몫했으나 위안화의 절하는 절대 없을것이라는 것이 월스트리트의 일반적인 믿음이다.
그러나 점차 미경제에 주름살을 지우는 아시아 사태에 대한 증시의 반응은 민감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IBM 등 「블루칩(우량주)」기업들이 아시아시장으로 인해 부진한 결산 보고서를 낼 때는 일종의 「패닉」현상도 빚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시아 위기가 계속되는 동안 미시장도 취약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미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건전하다는 것이다. 성장속도가 다소 둔화하는 조짐은 있어도 경기침체라는 말은 「아직 지평선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달 GM자동차의 장기 파업에도 불구, 4.5%를 유지한 낮은 실업률과 1%미만을 유지하고 있는 낮은 인플레율, 여전히 높은 소비지수 등 튼튼한 경제기조와 여기에 저금리까지 겹쳐 시장을 「대공황」으로 몰고 갈 위협 요인은 별반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엔저=달러강세」로 대변되는 세계 자본의 미집중 현상이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자리를 확고히 하면 할수록 세계금융자금은 「안전지대」인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설혹 자금이 증시에서 빠지더라도 재투자되는 곳은 미국의 채권시장이다. 따라서 다소 불안한 주식대신 믿을만한 미재무부 채권은 30여년만에 연일 상종가를 구가하고 있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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