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통화·증시 서로 물고물려 위기 악순환/엔하락→위안貨 절하압력 가중→엔 더 폭락/양쯔강 범람 위기·印尼 채무불이행도 한몫세계 경제는 마침내 대공황을 향해 치닫는가. 11일 일본 엔화의 급락으로 비롯된 「검은 화요일」은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오버슈팅(overshooting)」 효과. 엔화가 폭락하면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이 가중되고, 위안화가 흔들리면 엔화가 더 떨어지는 식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 홍콩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뉴욕증시가 떨어지고, 그 여파로 다음날 홍콩 주식시장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
최근 엔화의 급락은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대장성장관이 지난달 30일 『엔화 가치를 시장에 맡기겠다』고 밝힌 게 발단이었다. 일본시간으로는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외환시장이 열리고 있었던 뉴욕에서는 미야자와의 발언 소식이 전해지자 그 즉시 엔화가 달러당 143엔대로 주저앉았다. 곧이어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145엔대까지 떨어졌다.
엔화가 떨어지자 위안화의 암시세가 달러당 9위안(공식환율은 8.28위안)까지 치솟았다. 위안화가 흔들리자 홍콩 달러화의 페그제가 위협을 받기 시작했고, 이는 제2의 아시아 경제위기 우려를 낳았다. 아시아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엔화를 더욱 떨어뜨렸다. 끝없는 「오버슈팅」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외환시장이 동요하면서 주식시장도 수직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12일까지 8일 연속 하락했다. 홍콩의 항생(恒生)지수도 이달들어 1,200포인트(17%)이상 폭락했다. 싱가포르와 콸라룸푸르, 방콕 주식시장 모두 10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도 한 달만에 900포인트(10%)가까이 떨어졌다. 다우지수 급락은 특히 자산가치의 하락에 따른 소비위축을 초래, 전후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의 경기를 반전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의 「오버슈팅」 과정에는 양쯔(揚子)강 범람위기도 한 몫 했다. 「물마루」가 한 차례 몰려올 때마다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도 함께 몰아닥쳤다. 장쩌민(江澤民) 중국국가주석까지 나서 위안화의 가치고수를 밝혔지만 위안화의 위기는 지구를 한바퀴 돌아 다시 더 큰 평가절하 압력으로 몰려들었다. 잠잠해질만하면 돌발변수가 터져나왔다. 11일 인도네시아가 국가채무 상환을 못한 것도 그중 하나다. 말레이시아와 러시아의 심각한 외환위기 상황도 잠재적인 돌발변수로 또 한차례의 「오버슈팅」을 예고하고 있다.<박정태 기자>박정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