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그린 아버지 알고보니 실제였다”장편 「불의 제전」으로 제10회 이산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김원일(56)씨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행적과 관련된 가족사를 고백했다.
『제가 새롭게 알게 된 아버지의 이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쟁 전 남로당 경남도당 부위원장, 인공 치하 서울시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월북 후 이승엽의 지시로 다시 남하해 52년3월까지 오대산 등지에서 유격투쟁, 제네바 남북 포로교환협상 북한대표단 일원, 53년 숙청으로 몰락한 후 73년 득병, 76년 강원도 한 요양소에서 폐결핵으로 사망…』. 김씨는 올해 초 어떤 경로를 통해 이같은 아버지의 이력을 48년만에 확인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간 아버지에 관한 사항은 전쟁당시 「행불」 또는 「사망」등으로만 표현해야 했던 기나긴 세월의 고통을 그는 벗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작가를 다시 놀라게 한 것은, 소설로 그려보았던 아버지의 삶이 실제 확인된 행적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는 점이었다. 50년 2월부터 9개월간 고향인 경남 진영을 주무대로 이념투쟁등 당시 민중생활을 형상화, 최고의 6·25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불의 제전」의 주인공 조민세는 바로 그의 아버지였던 것. 여덟살때 헤어진 아버지에 대한 희미한 기억에 의지해 대학 재학중이던 62년부터 쓰기 시작, 지난 해 35년만에 완성한 이 작품은 김씨가 아버지를 되찾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김씨의 고백을 담은 수상소감은 곧 발간될 계간 「문학과 사회」가을호에 발표된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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