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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害 이웃 고통분담 하루해가 짧다”/흙탕물속 美談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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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害 이웃 고통분담 하루해가 짧다”/흙탕물속 美談 만발

입력
1998.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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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항의 농성 현대중기 200여명 복구 ‘소금땀’/가족단위 자원봉사자들 ‘참사랑 실천’ 봇물도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수재현장마다 넘쳐나고 있다.

중랑천 범람으로 서울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노원구 상계1동 「노원마을」에는 11일 울산 현대중기산업 근로자 200여명이 「출퇴근 복구지원」에 나서 이틀째 소금땀을 흘렸다. 이들은 지난달초 기업퇴출조치에 반발, 집단상경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등지에서 40일 가까이 농성해온 근로자들.

버스에 나눠타고 10일 아침 이곳에 도착한 이들은 하루종일 비를 맞아가며 기름과 흙탕물로 범벅이 된 가재도구를 닦고 유실된 제방을 쌓는 등 온갖 궂은 일을 묵묵히 해낸 뒤 밤늦게 농성장에 돌아갔다가 이날 아침 다시 나왔다.

근로자 김재호(金在鎬·42)씨는 『한달이 넘게 텐트에서 쪼그리고 자느라 몸이 말할 수 없이 피곤하지만 오랜만에 땀을 흘리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니 힘든 줄 모르겠다』고 이마의 굵은 땀방울을 닦아냈다.

굴삭기 등 중장비 전문기술자인 김학주(金學柱·42)씨는 『우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중장비 몇대만 동원한다면 복구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곳 주민 임춘자(林春子·58)씨는 『집이 풍비박산이 나 한숨만 쉬고 있는데 어렵게 생활을 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와 온갖 힘든 일을 거들고 있다』며 『따뜻한 밥 한그릇이라도 보답하고 싶지만 형편이 안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재현장에 몰려드는 도움의 손길 중에는 가족단위 봉사자들도 많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박두화(朴斗花·여·40)씨, 이주령(李周玲·16·서울예고1)양 모녀도 인근 상계1동 수락초등학교에 마련된 수재민 임시보호소에서 설거지와 배식, 청소 등 남들이 꺼려하는 잡일을 도맡아 하고있다.

특히 귀여운 용모와 성실한 태도로 이재민들의 사랑을 모으고 있는 이양은 『방학동안 이보다 더 보람있는 일이 어디있겠느냐』며 『아빠도 집의 옷가지와 그릇 등을 가져다주는 등 틈틈이 일을 돕고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어머니 박씨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시각장애인과 뇌성마비아들을 돕고 있는 열성 봉사자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전북 정읍시 연지동 주민 40여명이 10일 저녁 된장(10ℓ) 130개, 고추장 간장 젓갈 200여통과 라면 80박스를 직접 싣고 상경해 수재민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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