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보드카 外交’/노진환 논설위원(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보드카 外交’/노진환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8.12 00:00
0 0

보드카(Vodka)는 러시아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대중주(酒)다. 밀이나 보리 호밀 등을 쪄 엿기름을 부어 당화(糖化)시킨뒤 효모를 섞어 발효때 생긴 액체를 정류해서 얻는다. 14세기부터 이미 애음(愛飮)됐을 정도로 보드카역사는 꽤 오래다. 제정러시아때 까지만 해도 비밀에 부쳐졌던 제조법이 볼셰비키혁명을 계기로 각국에 전파돼 이제는 세계인이 즐기는 술이 됐다. 알코올도수가 45∼50도나 돼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로 정평이 났다.매서운 동토(凍土)생활여서인지 러시아사람들은 이 독한 보드카를 음료수마냥 즐겨 마신다. 방문객들에게도 차(茶) 대접하듯 자연스럽게 내놓는다고 한다. 94년 미국방문후 아일랜드를 찾았던 옐친이 아일랜드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전용기에서 내릴수가 없었다. 칭병을 했지만 기내에서의 과음탓임이 뒤에 밝혀졌다. 그도 한때 「보드카와의 전쟁」을 통해 금주를 선언했을 정도로 보드카는 이제 러시아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생필품이다.

드라이 진과 함께 칵테일의 원료로 널리 사용된다. 오렌지 주스를 섞으면 「스크루 드라이버」가 되고, 사과즙을 곁들이면 「빅애플」이라고 한다. 또 레모네이드를 가미하면 「보드카 콜린즈」라고 하는데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서리도 한때 보드카에 그레이프 주스를 칵테일해 즐겨 마신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주로 이 보드카를 매개로 외교가 활발히 이뤄진다. 보드카를 마시지못하면 외교단에 끼이지 못할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그저 주고받는 한잔 한잔이 상호이해의 밑거름이 된다. 정보담당 참사관 맞추방으로 드러난 한러외교 경색이 왠지 이와 연결되어 생각된다. 지성적이고 학구적인 홍일점 대사(이인호·李仁浩 주러대사)에게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안맞는 것은 아닐지. 이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요청에 『러시아에 볼쇼이무용단만 있는줄 아는 모양』이라고 빈정댔다는 얘기가 자꾸 목에 걸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