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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바캉스’/송태권 파리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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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바캉스’/송태권 파리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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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최근 「수도원 휴가」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이나 부부, 또는 혼자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처럼 생활하는 독특한 휴가법이다.일부 「별난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된 수도원 휴가는 최근 1∼2년새 급속히 퍼져 프랑스국민의 휴가풍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수도원 휴가처를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개월, 어떤 곳은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욘지방의 피에르 퀴 비즈 수도원 같은 곳은 연간 최대 수용인원이 7,000명에 달하는데 올해초 이미 예약이 동났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휴가처로 개방하는 수도원 수녀원 성당 등의 숫자도 급증, 이번 바캉스 시즌에는 250여곳이 문을 열었다. 이에 관한 전문 가이드북도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원조격인 「기드 생 크리스토프」라는 안내책자는 올해 발행부수가 1만2,000부를 넘어섰다.

휴가처로 유명해진 한 수도원의 통계에 따르면 휴가객중 절반가량은 무종교 또는 평소 주일미사에 나가지 않는 소극적인 가톨릭 신자다. 수도원 휴가기간은 짧게 2박3일에서 길게는 1주일.

휴가객들은 숙식시간 등 정해진 시간표와 식사시 대화금지 및 일체의 소음금지 등 수도원의 금기행동 외에는 자유다. 종일 묵도를 해도 되고 주위의 깊은 숲을 거닐며 명상에 젖을 수 있다. 담당신부나 수도사에게 삶을 고백하고 신과 철학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프랑스인들이 휴가처로 수도원을 찾는 것은 경비가 저렴(하루 150프랑)한데다 무공해의 빼어난 풍광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속세와 절연된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자아를 돌아보고 때묻은 심신의 거울을 닦기 위한 생각에 수도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국난과 회사의 위기 속에서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한국의 가장들. 올여름에는 잠시라도 「영혼의 바캉스」를 가져보는 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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