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美 여성작가/가슴뭉클 뿌리찾기「천 그루의 밤나무」(전2권·문학세계사 발행)는 특이하고 강렬한 흡인력을 가진 소설이다. 작가 미라 스타우트(38)는 화가·조각가인 아일랜드인 아버지, 바이올리니스트인 한국인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 여작가. 소설의 주인공 「안나」는 작가 자신이다. 자연스럽게 미국인으로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삶에서 중대한 뭔가를 놓치고 있다고 느낀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조국, 한국이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자아발견」소설의 틀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작가는 88올림픽 직전 한국을 찾아 부산 경주 휴전선땅굴 양양 설악산을 돌아본다. 그로부터 10년 뒤에 나온 소설은 조국체험과 평소 어머니에게서 들은 가족사를 잔잔하게 풀어놓은 것이다. 우리야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이지만, 한국어도 모르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작가가 포착한 그 이야기는 생경하면서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재일동포 유미리, 재미동포 이창래씨가 한인2세로서 각자가 처한 현실을 소설화하는데 성공한 작가라면 미라 스타우트는 거꾸로 한국의 모습을 한국인에게 되비춰주는 거울을 만든 셈이다.
「나」「어머니」「외할아버지」로 시점(視點)을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소설은 일제와 3·1운동, 해방, 전쟁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를 3대에 걸친 가족사와 연결시켜 펼쳐 보인다. 「천 그루의 밤나무」는 외증조부가 설악산의 봉정암이라는 암자 주위에 심어놓았다는 것이다. 소설 마지막에서 이 밤나무군락자신의 뿌리를 찾아가지만 끝내 도달하지 못하는 과정을 묘사한 장면은 뭉클하다. 미라 스타우트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영불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런던에 거주하며「뉴욕 타임스 매거진」등에 글을 발표하고 있다. 작품 번역에 맞춰 9월초 두번째로 방한한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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