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의 상쾌한 섬여행누구나 여름이면 꿈꿔 보는 섬여행. 수해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올해에는 책으로나마 섬으로 떠나 보자. 「섬시인」으로 불리는 이생진(69)씨의 시집 「거문도」(작가정신 발행)와 88년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가 에릭 오르세나(51)의 「두 해 여름」(프레스21 발행)은 그 길잡이다.
50여년간 전국 1,000여 개의 섬을 떠돌며 시를 써온 이씨는 「거문도」에서 그 곳의 자연과 사람, 역사를 시로 풀어보인다. 그는 「도시가 미워졌으므로 훌쩍/누구도 못 말리는 이 버릇」을 가지고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거문도로 떠난다. 섬 한 기슭에 누워 있는 무덤을 보고는 「자식들은 다 뭍으로 떠났는데/무덤만 풀숲에 남아 있다는 거/이런 외로움을 지키는 것은/배에 실을 수 없는 산천초목이나 무덤도 마찬가지다」며 삶의 덧없음을 노래하고, 거문도에 얽힌 근대사와 섬사람들의 삶에서는 「거문도는 조용한 장편소설」이라고 깨닫기도 한다. 「떠가는 저 구름/내가 투자하고 싶은 부동산은 바로 저거였다」는 시구야말로 그의 마음을 드러내준다.
에릭 오르세나의 소설은 섬이라는 말의 분위기만큼이나 상쾌하다. 자신의 작품 번역에 대해 까다롭기로 소문났던 러시아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작품을 불어로 옮기기 위해 섬을 찾은 한 번역가가 주인공. 그는 번역이란 곧 「나룻배를 부리는 뱃사공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섬은 「적대하던 시간과 공간이 마치 한통속이 되기라도 하는듯」 번역작업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끙끙대던 주인공은 섬에서 두 번의 여름을 보내며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번역을 완성하는데…. 에릭 오르세나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지만 「말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여름날 파도처럼 경쾌한 표현에 담아냈다. 영화 「인도차이나」의 대본을 쓰기도 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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