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이집트인 등 12명 내외/美선 라덴 행적·소재 추적【나이로비 워싱턴 외신=종합】 탄자니아 경찰은 10일 수도 다르 에스 살람의 미 대사관 폭파 사건과 관련해 3개 용의자 그룹을 체포,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체포된 용의자의 수와 신원, 국적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수단인과 이집트인을 포함해 12명 내외로 알려진 용의자들중 1명은 케냐 국경 부근에서 탄자니아를 벗어나려다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성 수잔 라이스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도 이날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용의자 체포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사건 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성의 다른 관리는 『일상적인 조사의 일환』이라며 『너무 큰 비중을 두지는 말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 수사당국은 사우디의 반체제 인물 오사마 빈 라덴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미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미 수사당국은 라덴이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회교성역 해방군」등 회교 과격단체들의 지원 및 배후 조정역을 맡았을 것으로 보고 그의 소재 및 행적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그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잠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라덴이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및 사우디아라비아 다란 미군사기지 폭탄테러 등 일련의 반미 테러에 연루됐고 ▲미국에 맞선 이슬람 성전 투쟁을 천명해 왔으며 ▲회교게릴라들의 국제활동을 적극 지원해 온 점등을 중시해 그가 이번 사건을 막후 주도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회교성역 해방군」이 이날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쇼날에 보낸 회교국 주둔 미군철수 등 7개 요구사항은 그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체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미 테러를 계속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번 공격이 라덴과 회교율법학자의 성명에서 영감을 얻어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런던에 소재한 회교단체인 「알 무하지룬(망명자들)」은 『라덴이 이끄는 「국제이슬람전선」이 6월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가진 회동에서 미국 해외공관들에 테러를 가하기로 결의한 데 따라 소속 전사들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누구/사우디 부호… 아프간 망명 회교근본주의자/50억弗 규모 건설사 운영/聖戰 촉구 각종 테러 배후
동아프리카의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폭탄테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41)은 사우디아라비아 부호 출신의 회교근본주의자. 모든 회교도들에게 미군과 미국인을 상대로 성전(聖戰, 지하드)을 벌일 것을 촉구해 온 인물로 미 정보당국의 리스트에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로 올라 있다.
턱수염에 작은 눈, 그리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라덴은 많은 회교도에게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항거했던 회교저항운동의 영웅으로 통하고 있다.
조국인 사우디에서 쫓겨나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망명, 탈리반 회교정권의 보호와 환대를 받고 있는 그는 미국의 모든 것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거리낌없이 표방, 그동안 반미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용의선상에 올랐다. 5월 미 ABC TV와의 회견에서 미국인들에게 사우디를 떠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 정보기관은 93년 소말리아 무가디쉬 미헬기 격추와 95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기지 폭탄테러사건등도 그가 조종한것으로 믿고 있다. 93년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폭탄테러사건의 주범인 유세프에게 한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도 두고 있다.
그는 57년 리야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제다에서 수학하던 16세 때부터 회교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분격해 자금을 제공, 수천명의 아랍 의용군을 무장시키고 자신도 직접 참전했다.
8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사우디로 돌아왔으나 사우디 왕정이 미군 주둔을 허용하자 왕정타도를 외치다 91년 수단으로 망명했다 추방당했다. 그 뒤 회교원리주의 국가들을 상대로 건설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50억달러 규모의 건설회사를 운영했다. 최근 회교근본주의자들을 소집, 150여명으로 「국제이슬람전선」을 구축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회교근본주의자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혁 기자>김혁>
◎폭탄테러에 性추문 새국면/“스캔들에 날샌다 클린턴 힘실어주자”/민주·공화 한목소리
아프리카 주재 미대사관 폭탄테러 사건은 섹스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설상가상인가, 아니면 국면전환의 기회인가?
미국의 분위기는 일단 국면전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를 마비시키고 있는 섹스스캔들에서 빨리 벗어나자」
미 대사관들이 동시에 테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클린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스캔들을 조기 종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월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클린턴행정부의 「행정 부재」는 우려를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내부 문제에 얽혀 국외문제가 소홀히 취급됐다는 인상이다. 그 결과 인도, 파키스탄 등 서아시아의 핵확산문제를 비롯, 북한의 핵계획 재개 위협과 이라크의 무기사찰 거부 등 대외정책에 연속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패의 한 이유는 탄핵논의에 들어갈 지 모를 의회를 너무 의식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회를 흥분시키지 않기 위해 문제가 될 정책은 지레 포기했다는 것이다.
국가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은 여야 따로 없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절차를 담당할 공화당의 알런 스펙터 상원 법사위원장은 10일 CBS TV와의 회견에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에게 『대통령에게 위증혐의가 있든 없든 보고서를 이달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그는 『이제 국사에 전념할 때』라고 덧붙였다. 스캔들에 소침해 있던 백악관과 민주당은 이번 「기회」를 국면전환의 호기로 삼고 있다. 경쟁적으로 스캔들을 파헤쳤던 미 언론들에게도 이번 비극은 보도관행을 되돌아보는 자성의 계기가 되고 있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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