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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못주는 정치권/고태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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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못주는 정치권/고태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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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국민회의 의총에서는 때가 때인만치 8월치 세비를 수재의연금으로 갹출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를 지켜 보고 있노라니 며칠전 국민회의의 몇몇 초선의원들이 벌인 작은 「거사」에 생각이 미칠 수 밖에 없었다.김민석(金民錫)·천정배(千正培)·김한길 의원 등 초선의원 7명이 최근 몇차례 모임을 갖고 앞으로 세비의 절반을 떼내 실업대책 기금으로 내놓자고 뜻을 같이한 「거사」였다. 나름대로는 빠듯한 주머니 사정과 정치권 선배들의 반응까지 염두에 두면서 고민과 숙고를 거친 결정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같은 움직임은 당, 나아가 정치권 안팎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의도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의 뼈를 깍는 고통분담을 촉구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했던 것이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뜻이 좋으니 함께 하자』는 격려도, 『초년생들의 부질없는 행동이 아니냐』는 충고도 없는 정치권의 「무반응」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혹시나 이제 정치권은 더이상 감동할 줄도 모르고 감동을 주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져 버린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온 나라를 옥죄고 있는 실업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국민을 감동시키는 일에도 무관심해져 버린 것이나 아닌지. 아니면 국민들의 질책에 너무 시달린 나머지 조금만 부담스러운 일에는 못본척 눈을 감아버리는 데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다. 생각할수록 씁쓸해 지는 일이다.

그런데 이처럼 무감각해진 정치권이 수해의연금 문제에는 의외로 빨리 반응했다. 실업보다는 수해 문제가 더 커 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속 때문일까. 하지만 국민들은 의원들이 세비를 이리저리 쪼개 성의를 보이는 것 보다는 국회를 열어 본연의 임무를 다해줄 것을 더욱 애타게 고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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