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식수·의약·생필품 좀 주세요”/중부 대홍수­수재민들 “SOS”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식수·의약·생필품 좀 주세요”/중부 대홍수­수재민들 “SOS”

입력
1998.08.11 00:00
0 0

◎설사 환자 급증­예방백신 크게 부족/골목마다 ‘쓰레기山’ 제거 장비 없어/이불·의류·아기분유 못구해 ‘쩔쩔’수마(水魔)가 휩쓸고 간 수해지역 주민들이 10일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나섰으나 생필품과 식수부족, 쓰레기, 질병 등 갖가지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복구를 위한 각종 장비는 둘째치고라도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수해를 당한 자치단체들의 구호사업마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수재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질병=경기북부 수해지역은 각종 예방접종 백신 등이 크게 부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정부시의 경우 장티푸스 예방백신 2만1,000명분이 필요하지만 현재 8,700명분밖에 확보되지 않아 경기도에 지원요청을 했으나 불투명한 실정이다. 경기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파주시는 소독약품 1만2,655ℓ를 요청했지만 약품이 부족해 일부만 지원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날까지 집중호우가 내린 지역의 설사환자는 경기와 인천, 서울에서 모두 600여명. 서울대병원 등 44개 의료기관에서 430명의 의료진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자치단체마다 방역 및 예방접종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방대한 피해지역을 맡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복구작업에 바쁜 수재민들은 의료지원반이 나와있는 곳까지 갈 시간조차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의료지원중인 노원을지병원 임상택(林尙澤) 행정부원장은 『물은 반드시 끓여 먹고 체온의 균형을 유지해 스스로 감염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쓰레기=수해지역마다 쓰레기가 제때 수거되지 않아 몸살을 앓고 있다. 또 비가 그치면서 쌓인 진흙과 모래가 먼지로 변해 수해지역을 덮고 있다.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충남 당진군 지역도 상류에서 밀려든 쓰레기가 골목마다 가득히 쌓인채 악취를 풍겨 코를 싸쥐고도 지나기 힘든 지경이다. 동두천시 생연동과 보산동 일대, 포천군 소흘읍·신북면 일대도 차량들이 지나갈때마다 마른 진흙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고 골목에는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이번 호우로 발생한 폐기물의 양은 11만5,000여톤, 처리대상분뇨는 1,600여톤으로 추산되지만 10일까지 극히 일부를 처리하는 데 그쳤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수몰지역의 물이 빠지면서 먼지와 악취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이를 제거할 장비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식수·전기=충남 서해안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당진읍 주민들은 3곳의 취수장이 침수돼 식수난을 호소하고 있다. 군에서는 임시로 소방차 등 급수차량 16대를 마련해 수해지역을 하루종일 돌며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한 양동이씩 받는 물로는 밥조차 제대로 짓기 어려운 형편이다.

수돗물 공급중단 사태는 주로 경기도에 집중돼 고양과 의정부, 동두천, 하남, 파주, 남양주, 양주, 김포지역 등에서 취수장 침수 등으로 2만4,000여가구 7만7,000여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 당진읍 수재민 최진경(崔辰暻·34·여)씨는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깨끗한 식수』라고 호소했다. 단수와 함께 전기와 가스공급 중단, 전화선불통 등으로 이재민들이 어둠과 통신두절로 고통을 겪고 있다.

생필품=의정부시 전화국 회의실에 대피한 이재민 200여명은 이불과 의류 등이 크게 부족해 추위에 떨고 있다. 특히 분유 기저귀 젖병 등 유아용품 지원은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이다. 주부 박은순(朴恩順·34)씨는 『아기에게 우유를 줄 젖병이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동두천초등학교 등 14개소에 이재민 760명이 5일째 대피중인 경기 동두천시에서도 쌀과 부식은 물론 모기약과 담요 침구류 옷가지 등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하다. 양주군 장흥면 삼상초등학교에 대피해 있는 190여명의 이재민들도 비슷한 곤란을 겪고 있다.

지자체와 대한적십자사 등 각종 단체가 구호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구호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큰 문제. 서울 노원구의 경우 9일까지 생필품 714세트, 모포 2,429대, 라면 686박스를 구호품으로 지급했지만 골고루 배급되지 않아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수재민 김모(30)씨는 『구호품이 왔다지만 라면 한개 받은게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전국 종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