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45)씨의 그림은 참으로 냉소적이고 퇴폐적이다. 눈이 뻥 뚫린 가족사진 연작에서는 가족구조에 대한 강한 회의와 반발이 느껴진다. 그림은 때로 지나치게 밝고 원색적이어서 조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민중계열 미술작가로서는 흔치 않은 발상이다.『어두움을 보는 감각이 발달한 것 같다』는 스스로의 평처럼 그는 어두운데서도, 어두운 것을 잘 본다. 그런 어둠은 작가의 이력과도 관계가 깊다. 53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한 그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대구, 부산을 전전했다. 고교1년 때부터 학비를 스스로 해결했지만 부산 동아고를 4년만에 졸업했다. 학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발에 대마초도 피워봤고 신문과 성인용주간지를 팔았다. 핸드백공장에서 가방에 그림을 그려넣는 일도 했다. 「꿀단지」류의 에로소설은 그에게는 지나가는 과정의 하나였다. 그리고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그런 과거를 통해 그에게는 어둠을 보는 눈이 생겼다. 그 어둠 속에는 남을 짓밟고 일어서려는 권력욕과 그 생각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남녀의 왜곡된 성(性)관계가 있다. 그래서 그는 에로티시즘에 몰두해왔다. 성을 넘어 최근 그가 다가선 것은 키치정서. 87년부터 10년째 살고 있는 경기 양평은 예전의 그 곳이 아니다. 음습한 욕망의 구렁텅이인 서울생활 8개월만에 쫓겨가듯 찾아간 양평이었지만 그 곳도 어두움의 논리가 지배했다. 윤락가를 대체한 싸구려 「티켓다방」에서 그는 어항을 보았다. 가짜 물레방아가 쉼 없이 돌아가고, 물고기는 권태를 먹고 살고 있었다. 어항속은 소도시의 퇴폐상 그 자체였다. 절망 없이 희망도 없는 법. 그의 그림은 벗어나고픈 인간의 추악함에 대한 보고서이자 다가서고 싶은 이상향에 보내는 희망의 편지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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