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조각·사진 등 3장르/작가별 다양한 기법 선봬종이에 연필이나 콘테, 물감으로 그리는 드로잉은 작가의 상상력을 최초로 구체화한 것이며, 때로는 조형에 다가서는 작가만의 접근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드로잉은 화가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자 지름길이다. 12일∼9월6일 금호미술관(027205114)에서 열리는 「드로잉 횡단」전은 회화, 조각, 사진 등 3장르에서 5명씩 작가를 선정, 이들의 드로잉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이색 기획이다. 드로잉 전시는 많았지만 서로 다른 장르의 작가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3장르의 작가들이 조형 기본 언어에 어떻게 접근하는가를 보여주려는 기획의도대로 전시에는 다양한 드로잉기법과 주제가 등장한다. 입체를 다루는 조각가의 드로잉은 역시 형태미학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반면, 화가의 그림은 서사성(敍事性)과 회화성이 강하다.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가들의 드로잉에는 역시 대상이 확실히 드러나 있다.
조각가의 드로잉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것이 특징. 정 현씨는 팔레트에서 떼어낸 나무판에 콜타르로 그림을 그렸다. 조각 제작을 위한 기초그림인 에스키스가 아니라 드로잉 자체로도 새로운 평면의 맛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모던한 조각을 선보이는 이형우씨의 드로잉은 오브제를 붙인 종이에 색을 가미하는 방식을 통해 개념적 드로잉을 보여준다. 녹슨 철조각을 선보여온 이길래씨는 아크릴에 녹을 섞은 독특한 재료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 있다. 김창세씨는 조각에 아크릴 색상을 입혀 조각드로잉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고뇌하는 인간 군상의 드로잉은 보나마나 홍순모씨의 것이다.
한국화가인 김선두, 강경구씨의 드로잉은 한국화 자체가 드로잉의 예술임을 말해준다. 먹으로 빠르게 그려낸 한국화는 즉흥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양화가 최진욱 문혜정 서용선의 드로잉에는 회화적 조형성에 대한 탐구가 엿보인다. 사진가 김장섭, 강홍구, 김대수, 구본창씨의 드로잉에는 사진을 찍듯 순간을 포착한 드로잉의 생생함이 살아 있다. 사진가 성능경씨는 관객이 편지를 읽는 사이 드로잉을 하는 드로잉 퍼포먼스를 보여줄 예정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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