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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 본 한국과 日本/박진열 사회부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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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 본 한국과 日本/박진열 사회부장(광화문)

입력
1998.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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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자 한국일보 사회면에 실린 「기상대 관측사상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한 기습폭우에 사망 1명,부상 1명」이란 본지 일본특파원이 송고한 기사를 읽고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한반도 상공에 머물고 있던 비구름대가 4일 일본 북서쪽으로 밀려나면서 니가타(新潟)현 일원에 쏟아부은 290㎜가 넘는 기록적인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 내역을 소개한 기사다.

그러나 같은 구름대가 비슷한 정도의 폭우를 퍼붓고 지나간 한국에서는 지리산 일대에서만 100명에 가까운 인명피해가 난데 이어 6일에는 폭우가 서울과 경기·충청일원을 강타해 또 200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갔다. 지형적 차이 등으로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우리나라 인명피해를 기준으로 한다면 일본도 상당한 숫자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어야 맞다. 폭우가 내린 시간대도 심야로 비슷했기 때문이다. 또 인명을 제외한 피해는 니가타현에서 주택 1만5,000가구와 농경지 3,400㏊가 침수됐으며 산사태로 철로가 끊겨 니가타역을 출발하는 열차운행이 한동안 중단되는 등 우리측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인명피해에서만은 일본은 77세의 노인이 논에 물을 대기위해 설치한 수로에 실족, 사망하고 1명이 가볍게 다치는데 그쳤다.

그럼 왜 두 나라간에 비슷한 재난에서 인명피해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첫째는 재해대비 시설이다. 재해에 대비하는 정도가 다르다는데 있다. 하수관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하수관시설이 적정용량에 크게 못미친다. 전국의 땅밑에 매설된 총연장 5만2,780㎞의 하수관은 자체가 낡은데다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서울시내 하수관은 간선이 시간당 74.3㎜, 지선은 62.2㎜ 등 각각 10년빈도와 5년 빈도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이래가지고야 78년만에 맞는 물난리에 도시가 물바다가 안되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일본은 모든 수방대책이 「100년 빈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시행된다.

국민들의 안전의식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가까운 예로 지난번 지리산 수해때 재난시 발령하는 경보장치는 제기능을 못했다. 게다가 대피지시를 무시한 야영객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철저한 안전의식은 고오베(神戶)지진때 이미 입증됐다.

대비없는 생활태도도 문제다. IMF체제를 맞아 혹독한 경제적 시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낙관적인 사고를 하는지는 최근 발표된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의 시장조사전문기관인 앵거스 레이드가 최근 세계 29개국의 성인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장래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희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상위 10개국중 5개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로 나타났다.

희망지수란 1년후, 또는 10년후의 상태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과 자녀들의 세대가 현재 기성세대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 등을 지수화해 평균을 낸 것으로 100이 최고치다. 희망지수가 높을수록 장래를 낙관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번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62로 전후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과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와 콜롬비아가 각각 66으로 1위를 차지했고 아시아에서는 또 태국 중국 대만이 각각 6∼8위를 차지했다. 묘하게도 거품경제가 빠지기 시작한지 8년째로 최악의 경기침체기에 있는 일본의 희망지수는 12로 나타나 전체 조사대상 국가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재난에서의 인명피해나 미래 낙관도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막연한 낙관주의속에 준비도 없이 내일을 맞는 사람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철저하게 대비하는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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