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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은 사랑이 묘약”/김세철(성의학칼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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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은 사랑이 묘약”/김세철(성의학칼럼:6)

입력
1998.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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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핑계 저 핑계 관계회피 부부사이 불만만 커져/대화로 애정 표현하고 적절한 치료받으면 회복남성들은 발기부전을 단순히 신체 일부의 기계적 고장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고쳐질 때까지 부인에게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슬슬 피한다. 부인도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싫어 눈치만 본다. 자연히 관계가 냉랭해지고 불만이 고조되기 마련이다.

발기장애가 있어도 부인에게 고충을 말하고 대화로 애정을 표현하면 갈등이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화를 회피하면 부인은 남편이 자신에게 매력을 잃고 다른 여자와 사귄다고 여겨 분노하게 된다.

발기부전은 불치병이 아니다. 나이와 건강상태, 발기장애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남성들은 발기유발제나 음경보형물삽입술등으로 발기라는 물리적 힘을 되찾으면 성기능장애에 의한 부부갈등이 일시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여온 여성의 분노와 고통은 발기를 회복했다고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성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 사랑의 확인에 더 중요성을 둔다. 가끔 부인 몰래 음경보형물삽입술을 받는 환자들이 있다. 처음에는 부인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기뻐할 수도 있지만 언제든지 인위적 발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동안 남편의 무심했던 태도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의 발기를 자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고 외도용으로 의심하면서 급기야 『나를 진정 사랑한다면 섹스 없이도 살 수 있으니 제거수술을 받아 사랑을 증명해보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여성은 의사를 찾아가 『왜 남편에게 그런 수술을 해주었느냐』고 항의한다.

여성들은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단순히 물리적 도구로 사용되는 인위적 발기를 모욕으로 여긴다.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전세계 남성들의 화제가 되고 있지만, 여성들은 자신들을 쾌락의 대상으로 비하시키는 게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여성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전천후 해결사가 아니라 사랑의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하자.<중앙대의대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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