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도시의 웬만한 전철역 주변에는 대개 빠찡꼬장이 있다. 이 가게들은 네온사인이 현란하고 전자음이 요란해서 빠찡꼬를 잘 모르는 사람도 들어가 보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다. 이 빠찡꼬업은 대부분 재일교포들이 장악하고 있다. 어쩌다 가깝던 일본친구와 얘기가 엇나가게 되면, 그들은 곧잘 이런 사실을 들먹인다. 마치 한국인이나 교포들이 본디 범죄성향이 높아서 도박업계를 휘어잡고 있다는 듯이….그럴 때는 『일본 사회가 얼마나 차별적이고 폐쇄적이면 우리 교포들이 그 분야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겠는가』라고 반박하게 된다. 그러면서 떠올리는 인물이 김희로(70)씨다. 68년 일본 폭력배 두 명을 살해한 죄로 30년째 복역중인 그가 특별조치로 풀려날 전망이 높다고 한다. 박삼중 스님은 최근 김씨가 수감돼 있는 교도소에 석방에 필요한 신원인수보증서를 제출했는데, 김씨가 가석방될 경우 외국인 장기수는 국외추방토록 돼 있어 함께 귀국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포 중에는 민족차별을 자극제로 삼아 소설가 실업가 교수 정치인 등으로 입신한 명사도 많다. 김씨는 그 반대 극점에 서 있다. 그는 일본 깡패의 한국인 멸시발언에 격분, 두 명을 총으로 사살하고 매스컴을 통해 민족차별에 항의하면서 4일간 경찰과 대치하다가 체포됐다. 그의 수첩에는 <저녁무렵 새우는 소리 들으면 가고 싶구나, 어머니가 기다리시는 집으로. 짓밟혀 시드는 나의 내일에는 묘비도 서지 않으리> 라는 자작시가 적혀 있었다. 저녁무렵>
그는 91세의 노모와 함께 고국에 돌아오고 싶어 한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돌아온 훈할머니나 상처 투성이의 삶을 살아온 김희로씨 등은 모두 힘없는 조국과 일본 제국주의의 탐욕이 낳은 희생자들이다. 며칠 후면 광복절이자 정부 수립 50돌이 되는 8·15다. 다시는 이국에서 한 맺힌 삶을 사는 이들이 없도록 힘있고 당당하게 새 출발하는 것이 「제2의 건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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