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년대 여성국극의 인기는 가히 전설적이었다. 공연마다 쫓아다니는 열성팬들의 아우성과 가출소동이 흔했다. 남자배역까지 몽땅 여자들이 맡아 창, 연기, 춤으로 엮는 한국식 뮤지컬은 그러나 진부함에 빠져 퇴색했다.소극장 학전 블루에서 4일 막을 올린 여성국극 「진진의 사랑」은 왕년의 여성국극 스타 김진진(66)의 일대기를 극화한 것이다. 이 무대는 단순한 복고 취미의 소산이 아니다. 제작자인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는 「서양 흉내내기 말고 전통에 바탕을 둔 우리식 뮤지컬」을 만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40년 이상 「여성국극 키드」를 자처해온 탤런트 이정섭이 의기투합, 구성·연출로 참여했다. 학전의 젊은 배우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는 김진진은 이 작품을 여성국극의 재기를 위한 세대교체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좁은 극장, 촌스런 조명 아래 복작복작 펼쳐지는 무대는 옹색해 보인다. 김진진과 그의 이모인 남자역 스타 임춘앵(이옥천 분)을 중심으로 10개 장면을 엮은 방식은 평면적 나열에 그쳐 밋밋하다. 잔 재미는 있지만 큰 감동이나 클라이맥스는 없다.
개막 전날 시연회에서 젊은 관객들이 환성을 지르자 이정섭은 『기분이 드럽게 좋더라』고 했다. 그러나 여성국극 부흥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대감각에 맞는 좀 더 세련된 연출, 대본, 참신한 내용이 필요하다. 여성국극은 쉽고 재미있어 대중을 끌어들일 요소가 충분하다. 새 옷을 갈아입는 환골탈태가 과제다. 9월13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 7시, 일요일 오후 3시 6시. (02)7638233.<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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