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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여름/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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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여름/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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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로 전국이 아수라장이 됐다. 큰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삶의 터전은 쑥대밭이 되고 생때같은 목숨이 무더기로 희생됐다. 악몽같은 여름이다. 전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원인이라지만 대비만 잘 했어도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끔찍한 여름은 또 있었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지난해 괌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도 여름의 일이었다. 여러 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삼풍참사 현장의 구조작업을 TV로 지켜보면서 온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고 한숨을 쉬던 게 3년 전 일이다. 그때 500여명이 숨지고 1,000명 가까이 다쳤다. 5일은 220여명이 숨진 괌참사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거듭된 재난에도 불구하고 기상예보는 여전히 엉터리이고 공공시설의 안전관리는 소홀하다. 대한항공은 1년 전 괌사고가 터진 바로 그 날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가 승객 20여명이 다치는 사고를 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는 남의 나라 얘기인가 보다. 하루하루가 조마조마 아슬아슬하여 목숨이 여러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눈에 띄게 개선된 건 없다. 우리는 올해에도 변함없이 관계당국의 늑장대응과 안전불감증을 소리높여 성토하고 피해자를 위해 의연금을 모은다.

같은 폭우를 겪고도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4일 밤 니가타(新瀉)현 일원에는 일본 기상관측 사상 최고인 290㎜의 비가 내렸다. 집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교통·통신이 마비된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이지만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명 뿐이다.

악몽 중에서도 특히 더한 악몽은 내년에도 이러한 불행이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안 그래도 IMF 관리체제 이후 주눅들고 가위눌린 답답한 가슴, 마음 한 구석이 소리없이 무너진다. 이번 폭우로 집과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을 위로하자. 서로 힘을 합치고 기운을 북돋워 그들이 땅을 딛고 일어서게 돕자. 기상청이든 재해대책본부든 미더운 데가 없고 기댈 곳이라곤 인정 뿐인가. 얇은 지갑에서 수재의연금을 꺼내며 또 다시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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